F&B 장기 불황에 해외 원매자 발길도 뚝…'백종원'만 바라보는 PEF들
입력 2025.03.10 07:00
    SSSG 꺾이기 시작한 국내 F&B 회사들
    불황 속 차액가맹금 소송까지 이중고
    PEF들 투자금 회수도 '적신호'
    더본 M&A 거론에 "가능성은 희박"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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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식음료(F&B) 업계가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매출 둔화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사모펀드(PEF)들이 보유한 F&B 포트폴리오 기업들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한 PEF 운용사들은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를 유일한 SI(전략적투자자) 후보로 주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넉넉지 않은 기업 유동성과 잠재적 매도자들과의 눈높이 차이로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는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6%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95.8% 감소한 5억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의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패소하며 경영 위기가 심화됐다. KG그룹이 소유한 할리스커피는 지난 몇 년간 물밑에서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지만, 매장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전국 500개 매장'선 마저 붕괴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단순 매장 수를 늘려 매출을 부풀리는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성장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SSSG(Same Store Sales Growth, 동일점포매출증가율)라는 선행지표를 봐야 한다"며 "최근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이 지표가 마이너스로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젠 외형 성장만으로는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장 상황은 PEF들이 보유한 F&B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엑시트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과거 VIG파트너스의 버거킹,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투썸플레이스 등은 'EV/EBITDA' 10배 이상의 배수로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PEF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포레스트파트너스는 명륜진사갈비 인수를 위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V/EBITDA' 5배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에도 불구하고,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주요 LP(출자자)들이 연이어 투자를 거절하면서 총 1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중견 PEF 대표는 "BHC, 투썸플레이스, KFC, 반올림피자 등 주요 PEF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엑시트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며 "큐캐피탈파트너스의 노랑통닭 등 프랜차이즈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투자자를 타깃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최근에는 해외 바이어들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B 업계 M&A의 또 다른 장애물은 '차액가맹금 소송'이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2심까지 승소하면서 BHC, 두찜, BBQ, 배스킨라빈스 등으로 소송 준비가 확산하고 있다. 차액가맹금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핵심 수익원인만큼, 소송이 확산하면 기업가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소식까지 겹치면서 소비재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국내 사모펀드의 F&B 인수전 참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PEF 운용사들은 F&B 업계에 투자할만한 유일한 국내 전략적투자자(SI)로 더본코리아에 주목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2023년 말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 약 1000억원 규모를 M&A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빽다방,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등 1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더본코리아의 M&A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더본코리아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의 인수가 성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2023년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의 연결 기준 유동성 자산은 약 1400억원으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포함해도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본적으로 멀티플 10배 이상의 수준을 원하는 국내 PEF들과는 눈높이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더본코리아 역시 시장에서 관련 매물을 찾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불황이 지속하고, 가시적인 M&A 성과가 없다면 결국 F&B 업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이후 한식뷔페 계절밥상 사업을 정리, 수익성을 개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F&B 시장이 어렵다보니 더본코리아 등의 인수전 참여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지만, 현실적인 자금력과 주가 흐름을 봤을 때 당장의 대규모 M&A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F&B 업계는 당분간 '겨울'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