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차입금 상환해야 RCPS 상환 가능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로 회수 방향 상실
-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식(RCPS) 6121억원 중 3131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회수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지난 2015년 9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국민연금은 홈플러스에 ▲RCPS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차환(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으로 RCPS 3131억원을 회수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RCPS에 투자하며 만기 5년에 배당 3%, 만기이자율(YTM) 연 복리 9% 수익률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RCPS엔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이 상환받지 못한 투자금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여러 추측이 오간다.
배당과 스텝업 조건을 제외하고 9년 복리로 단순히 계산할 경우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돈은 약 1조2600억원이다. 최근 돌려받은 3131억원을 제외해도 약 9500억원을 더 받아야 한다.
홈플러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RCPS 부채는 2015년 7000억원에서 2024년 1조600억원으로 늘었다. 인수 당시 발행한 RCPS 7000억원 중 85%를 국민연금이 투자했다. 산술적으로 국민연금의 몫은 9010억원이며, 이에 국민연금이 추가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5879억원이다.
다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국민연금은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RCPS를 상환하려면 차입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와 대주단은 차입금이 상환돼야 RCPS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맺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인수 당시 차입금은 2조7000억원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후 국민연금은 홈플러스의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 없다.
원금 대비 수익률(회수율)도 아쉬움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5826억원을 투자해 9년 동안 3131억원 이자를 회수했다면 단순히 계산할 경우 연간 5%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1988~2024년 평균 대체투자 수익률은 10.48%다.
또 국민연금의 투자금 5826억원이 1조원 안팎으로 불어났지만 313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회수할 수 없다면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회수했다고 밝힌) 3131억원은 이자성 수익이라 원금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국민연금의 지위를 채권자로 볼 것인지, 주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CPS를 회생채권으로 분류하기 위해선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약 채권자 지위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주주의 권리가 대폭 축소하는 회생절차의 특성상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뭘 하고 있는지 (현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기업회생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