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제도 개선안, 궁극적으론 IPO 시장 정상화 기여
올해 공모주 시장은 지속 성장 예상…공모가 합리화 기조
기관 경쟁 심화로 인한 공모가 과열 현상 줄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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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보증은 공모 규모가 커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을 뿐, '배당수익률'과 공모주 흥행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공모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식의 성장성과 구주와 신주 매출 비율이며, 서울보증이 내세우는 11%라는 높은 배당수익률 역시 배당 이후 그만큼 주가가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합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부진을 보이던 IPO 시장이 올해 2월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상장한 오름테라퓨틱을 시작으로 최근 한달간 상장한 기업 9곳 중 8곳이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24일에는 위너스가 올해 첫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14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SGI서울보증은 일반 청약 경쟁률이 7대 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는 서울보증 공모주 자체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울보증 공모는 예금보험공사의 구주매출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신 높은 배당수익률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흥행 성공 여부가 올해 IPO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큰 관계가 없을 거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이일드채권 기반 공모주펀드로 지난해 공모주펀드 중 수익률 1위를 달성한 코레이트자산운용 역시 이 같은 시각을 내놨다.
박제우 코레이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서울보증의 개별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모주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며 전반적인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점점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락업 확대하는 IPO 제도 개선안, 궁극적으론 IPO 시장 정상화 기여할 것
'SK바이오팜 따따상'으로 시작된 공모주 광풍은 공모주 공모가의 줄인상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제도 변경이 결합되며 IPO 시장은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로잡겠다며 새로운 개선안을 내놨는데, 기관 의무보유확약(락업) 확대가 유통가능주 비율을 줄여 더 큰 변동성을 만들거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IPO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할 경우에는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의 경우, 주식 취득가격과 공모가 간 괴리율이 30% 이상이면 6개월간, 30% 미만이면 3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한다. 이는 기존 괴리율 50% 기준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번 개선안이 IPO 시장을 정상화시킬 거라는 견해는 투자업계에서도 소수의 운용사만이 내놓고 있다. 코레이트운용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락업)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IPO 제도 개선안이 투자자 우호적인 IPO 시장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주관사 책임이 늘어나면 수익률 보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희망 공모가 밴드가 낮아질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락업을 감안해 수요예측시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제출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공모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여지가 크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오르면 IPO 시장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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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우 코레이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코레이트자산운용)
박제우 본부장은 "락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상위 수익률을 유지했다며 오히려 미확약 대비 락업을 건 기업의 수익 기여도가 훨씬 높았다"며 "락업을 걸어 물량을 많이 배정받은 다음 시장 상황과 종목의 펀더멘탈, 수급 분석을 통해 분할 매도로 실현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코레이트가 공격적인 락업 제시로 수익을 낸 대표 종목으로는 LS머트리얼즈와 두산로보틱스가 꼽힌다.
이어 "근본적으로 IPO 시장이 단기차익 목적이 아닌 기업가치 기반 투자가 돼야 한다"며 "향후 금융투자협회와 거래소의 규정 및 법률 개정 과정에서 기존 안 대비 일부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IPO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긍정적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강후약' 지난해 공모주 시장…공모가 합리화 기조에 올해는 지속 성장 예상
발행시장인 IPO 시장은 유통시장인 증시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올해 들어선 지난해 하반기 미국 위주의 증시 상승세가 멈추고, 코스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1년에 100여곳의 기업이 상장하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지난해엔 연간 20% 이상 큰 낙폭을 기록하며 발행시장 역시 얼어붙었지만, 올해는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국내 시장에서 대형 가치주들의 큰 상승이 나오며 반대 급부로 코스닥 시장 위주 성장주들의 하락이 나왔다는 평가다. 이후 예상보다 늦은 금리 인하, 미중 갈등과 중동 위기, 국내 정치 불안, 반도체와 2차전지 섹터 기대감 약화, 개인들의 자금 이탈 등 여러 이유로 코스닥 시장은 작년 내내 지속적인 하락을 보였다.
공모주 시장 또한 '전강후약' 양상을 띠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모가가 합리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IPO 투자 수익률 역시 전체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 공모가가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최근 1~2년간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이 연기된 많은 종목들이 희망공모가 및 공모금액을 낮춰서 다시 IPO를 추진하면서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 심사 기준이 높아지며 부실 기업 상장 가능성이 줄어 공모주 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올해 IPO 시장을 최근 5개년 평균 공모 기업수인 132개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공모금액은 지난해 4조3000억원을 크게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달바글로벌 등 대어급 종목들이 합리적인 공모가로 상장에 나선다면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경쟁 심화로 인한 공모가 과열 현상, 이젠 정상화 국면 접어들어
박 본부장은 지난해 공모가 상승 현상을 최근 ETF 보수 인하 경쟁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이일드공모주펀드 수탁고 증대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 활황 속 배정 물량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은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런 기조하에 지난해엔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대비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되며, '동일 업종 유사 기업 대비 20~30% 할인율 적용'이라는 공모주 프리미엄이 실질적으로 없어지며 수익률이 지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공모주 과열이 진정되고 다시 수익률이 호전되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모가 과열로 인한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한 만큼, 작년말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밸류에이션과 성장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로 상장 직후 공모가 과열을 이용한 자금 회수를 해온 방식 역시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상장 직후 FI들이 매도한 물량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상장 전 투자 (Pre-IPO)에서 적용된 기업가치보다 낮게 공모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공모주 수익률 또한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본부장은 총 운용 경력 23년의 펀드매니저로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박 본부장이 운용하고 있는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 플러스증권투자신탁'은 업계에서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공모주펀드 중 하나다. 25년 2월 말 기준 2년, 3년 수익률 각 21.09%, 30.1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