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실 출신 인사 사외이사 추천 "내부통제 강점"
내부통제위원회 설치하며 전문가 찾아야 하는데
아전인수격 '내부통제 전문가' 해석에 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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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사외이사 과반을 교체하고 내부통제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이사회 쇄신에 나섰다. 다만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강점을 갖는다고 설명한 사외이사 전문성에 물음표를 표시하고 있다. 대외적인 쇄신 의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중 5명 중 이영섭·이강행·김영훈·김춘수 등 4명을 신규 추천한다고 밝혔다. 임기가 만료된 윤인섭 사외이사는 재선임 추천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중 과반 이상인 4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또 신규 추천한 김춘수 사외이사는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초대 실장을 역임하면서 내부통제 및 윤리경영에 강점을 갖고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임기 만료 사외이사 대부분을 교체키로 결정한 것은 타 금융지주들이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을 대부분 재선임 추천한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다.
이같은 쇄신에 나선 것은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수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다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사고까지 적발되면서 이사회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지난 2일 배포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서는 보험사 인수 및 경영목표 변경 등과 관련해 중요한 심의 내용이 이사회에서 충분히 보고·논의되지 않으면서 내부 견제장치를 경시하는 문화가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금융은 이번 사외이사 개편을 통해 이사회와 내위원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순 사외이사 교체만으로는 내부통제 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춘수 사외이사 후보를 내부통제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체 경력에서 내부통제 관련 업무 경력이 3년에 지나지 않는 만큼 내부통제에 강점을 갖고 있는 후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보험감독원, 동부화재를 거쳐 1997년 유진종합개발 임원이 되며 유진그룹에 합류했다. 2009년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초대실장(사장)으로 선임됐고, 2013년부터는 유진로지스틱스 대표를 역임했다. 16년 전 금융회사도 아닌, 자산 3조원 규모의 제조기업 내부통제 시스템을 3년간 총괄했던 경험이 자산 규모 54조원의 금융그룹 내부통제에 얼마나 도움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작년부터 금융사고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있다 보니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특정 사외이사를 전문가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내부통제가 '임직원이 지켜야 할 모든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보니 법률이나 재무회계처럼 특정 전문가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이 의무화되면서 내부통제 전문가 구하기에 나섰던 금융지주들도 '내부통제'라는 분야에서 강점을 찾는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았던 분위기다. 이러자 금융지주들도 사외이사들의 내부통제 역량에 대해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 한 관계자는 "업무 경험이 있으면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체계를 정립하는 게 더 낫긴 하겠지만, 지배구조법에서 정한 이사로서 갖춰야 할 자격요건을 기본으로 후보군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는 정직성이나 신뢰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인물들로 후보군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 주요 금융지주 현직 사외이사 및 차기 사외이사 후보군 중 내부통제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금융이 대외 홍보의 일환으로 내부통제 전문가를 모시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직무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