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권 실행 시 파산 우려,사회적 이슈 가능성
조사 결과 이후 회생 법원의 판단도 지켜봐야
-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메리츠 측이 법적으로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담보권 실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자산이 회생 계획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 건과 관련해 조사 기간 이후 회생계획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점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홈플러스의 채권자들은 다음 달 1일까지 회생 채권과 회생 담보권 및 주식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시인·부인 기간을 거친 뒤 조정 기간을 거쳐 회생 계획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회생 계획의 핵심 쟁점으로는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 여부가 꼽힌다. 메리츠는 지난해 3년 만기 조건으로 홈플러스에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리파이낸싱 거래를 진행했다.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약 1조 2,000억 원을 제공했으며, 홈플러스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체결한 신탁 계약의 수익증권을 3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개시된 이후, 메리츠 측은 대출과 관련하여 신탁사의 담보 가치가 약 5조 원으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된다. 그러나 신탁 계약에 의해 맡겨진 재산은 기업 회생을 신청한 회사의 자산으로 간주되지 않아 회생 절차와 무관하다는 것이 메리츠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가 기업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내년까지 담보권을 모두 실행하여 대출금을 전액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메리츠가 공식적으로 담보 실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나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으로 담보권 실행이 회생 절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자산이 회생 절차 및 계획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인 홈플러스가 담보권 실행으로 인해 주요 자산을 상실할 경우, 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를 유예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홈플러스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이 홈플러스의 ‘파산’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로서 고용 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메리츠금융그룹을 향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회생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리츠가 담보권 실행을 결정했다고 가정하면, 점포를 매각할 수도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향후 10년간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회생 계획 인가 자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회생 계획의 핵심인 채권 감액이 향후 현금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메리츠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5조 원’이라는 담보 부동산 가치도 현재로서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이 조사위원으로 선정되어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를 실사하고 있으며, 부동산 자산 가치에 대한 회계적 재평가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 제출 기한인 다음 달 29일까지 회계적·법률적 측면에서 홈플러스의 상태가 재평가된다. 이후 담보권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신탁 담보권도 회생 절차에 포함되는 채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일부 인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판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보고서 제출 이후 회생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여러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이 새 수장을 맞이한 만큼, 이번 홈플러스 회생 건과 관련한 법원의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10일 서울회생법원 제5대 법원장으로 정준영 법원장이 취임했다. 정 법원장(사법연수원 20기)은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상사·기업법, 조세·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했다.
정 법원장은 국내 도산법 및 회생 분야에서 ‘일인자’로 평가받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법원 도산법분야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기업의 생사가 달린 회생 사건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홈플러스 회생 건도 회생법원의 신속한 개시 결정이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법원장이 회생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 홈플러스 사건도 지체 없이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시장에서 나오는 법률적 해석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만큼, 홈플러스나 채권자들은 조사 기간이 끝난 후 법원의 결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