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갈라놓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IMM·EQT 투자금 상환 여력은 있을까
입력 2025.03.14 07:00|수정 2025.03.14 07:14
    어피너티·GIC 지분 인수로 IMM·EQT만 남아
    신 회장 지분 등 활용하면 담보 여력 있지만
    IMM은 임의 협상 어려워…필요금액 늘 수도
    금융사 신용보강이나 재매각 전망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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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 투자 지분을 사들임에 따라 IMM PE와 EQT파트너스의 회수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 회장이 금융사에 맡긴 주식(지분율 33.78%)의 담보여력은 있지만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IMM PE와 EQT파트너스는 출자자(LP)나 대주단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피너티처럼 원금 이하 조건을 임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FI 잔여지분을 모두 인수한 후 차입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이 시장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7일 어피너티(9.05%)와 GIC(4.5%)는 교보생명 보유지분을 SBI금융그룹과 신창재 회장에게 매각했다. 앞서 어펄마캐피탈도 보유지분(5.33%)을 신 회장에게 팔았다. 신창재 회장은 어펄마캐피탈과 GIC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보유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겼다. 

      수년간 고락을 함께했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와해됐고 이제 남은 것은 IMM PE와 EQT파트너스(각각 5.23%)다. 신 회장이 가용 재원을 먼저 어피너티 쪽에 할애했기 때문에 나머지 FI 투자금도 돌려줄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교보생명의 자사주 매입이나 어펄마캐피탈 지분 인수 금액(액면분할 전 기준 주당 19만8000원)을 감안한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약 4조원 수준이다. 신 회장이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과 GIC, 어펄마캐피탈 인수 지분을 감안하면 담보 제공 지분은 44%에 육박한다. 담보인정비율 50% 정도라고 가정하면 9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앞으로 IMM PE와 EQT파트너스 지분 10.46%까지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면 1조원 이상을 차입할 수 있는 셈이다. 신창재 회장은 GIC, 어펄마캐피탈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4000억원가량을 빌렸는데 이를 감안하면 IMM PE와 EQT파트너스 지분을 사들일 여력은 있다. FI 중 가장 지분이 많던 어피너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SBI금융을 초빙한 것도 담보 여력을 고민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왔다.

      다만 두 회사는 어피너티·GIC처럼 원금(주당 24만5000원) 이하에 매각하긴 어렵다. EQT파트너스는 중순위 투자자까지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선 28만원 수준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공동투자펀드 자금을 돌려주려면 주당 31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LP와 대주단의 생각이 중요하다.

      교보생명 FI는 2차 중재에 승리하면서 최소 원금 이상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가치평가를 통해 더 높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임의로 매각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결국 평가법인을 선정하고 가치를 받아본 후에야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IMM PE와 EQT파트너스는 교보생명에 5248억원을 투자했다. 평가 결과 두 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신 회장이 물어줘야 할 금액은 6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를 감안하면 신 회장 측의 담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IMM PE는 투자금액에 해당하는 신 회장 지분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뒀지만 2순위권자라 큰 실익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

      향후 풋옵션 가치가 산정돼 신창재 회장과 IMM PE, EQT파트너스가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고민거리는 남는다.

      신창재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차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금융사 자금을 빌리고 있다. 어펄마캐피탈, GIC 외에 IMM PE와 EQT파트너스 지분까지 인수한 뒤엔 다시 금융 구조를 바꿔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와 막역한 신한투자증권과 EQT파트너스 중순위 투자자인 한국투자증권이 키를 잡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담보 주식 외에 신창재 회장이 풋옵션, 자금보충약정 등 안전장치를 제공해야 할 수 있다. 신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활용할 자산은 마땅치 않고, 전례를 감안하면 풋옵션의 신뢰도도 의문이다. 신용보강에 나서줄 금융사를 추가로 찾는 것이 쉽지 않고, 구조화금융 자산을 시장에 재매각(셀다운)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FI 대주단 측 관계자는 "거래가 마무리되면 SPC 대출 자산을 다시 구조화해 시장에 셀다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보생명에 묶여 고생한 금융사들이 많았는데 신용보강을 도와주거나 셀다운 물량을 받아줄 곳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