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관'(親官) 사외이사 손 들어준 기업은행 노조...초점은 '임단협'
입력 2025.03.14 07:00|수정 2025.03.14 07:15
    기업은행, 올해도 노조추천사외이사 무산
    노조 반대 없이 이정수·석병훈 사외이사 선임
    금융위 경영평가 참여하는 등 '당국 관계' 강조
    이사회 진입보단 당국에 목소리 낼 '중간자' 선택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은행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키로 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그간 숙원사업이었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대신, 사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도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조가 사측의 사외이사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엔 지지부진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거론된다. 신규 사외이사들은 금융위원회 산하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정책에 관여한 인물들로, 경영평가 및 노조가 주장하는 수당 지급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을거란 후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이정수 서울대 법학 전문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에는 이근경·전현배·이정수·석병훈 4인의 사외이사 체제가 꾸려졌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 2019년부터 도입을 추진해 왔던 노조추천이사제는 이번에도 무산됐다. 도입이 지속적으로 무산되자 노사공동추천방식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진척이 없어 사외이사가 공석인 상황이 지속됐다.

      사측은 노조에 이정수·석병훈 사외이사가 당국과 접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노조와 사측이 후보를 공동 추천하는 방식까지 논의됐던 만큼 이번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노조 측에 이같은 논리를 제시했단 설명이다.

      이정수 사외이사는 과거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의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석병훈 교수 또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자문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며 국내외 경제 정책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이란 설명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임단협 합의가 지지부진해지며 최근 총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사측에서 '당국과 접점이 있는 사외이사가 금융위원회와의 논의 등에 있어서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내놨고, 노조도 이에 동의한 것이다.

      노조의 셈법은 역시 임단협에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기업은행의 평가기준을 예외적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경영실적평가 주체인 금융위의 의중이 중요하다.

      만약 이사회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시간외수당 지급을 결의한다고 해도, 금융위원회가 실시하는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패널티를 받게 된다면 사실상 '조삼모사'가 된다.

      이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경영실적평가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중간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했을거란 시각이다. 노조 추천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킨다고 해도 경영평가 및 최종 결정을 내려줘야할 금융위나 기재부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다만 노조 측에선 사측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주장한 논리가 금융위나 기재부 등과의 '관계 개선'으로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이사회 내에서 풀 수 있는 것보다는 밖에서 풀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어떤 역할을 하겠다라는 것은 향후 전달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