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원의지 드러났단 평…삼성전자 4000억원 부담
특유의 재무안정성 유지…사업 불확실성은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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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사업 확장을 이어간다. 지난 연말 적자로 돌아선 뒤 수장이 교체됐지만 그룹 차원의 배터리 사업 의지엔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14일 삼성SDI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미국 GM과의 배터리 셀 합작법인(JV) 투자 및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증자로 삼성그룹 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증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삼성SDI는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유상증자 계획을 타진해왔다. 국내 배터리 셀 3사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왔으나 전방 전기차 시장 판매 부진과 업계 전반의 과잉설비 문제가 겹치며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었던 탓이다. 경쟁사에 비해 고객사 수주나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서 신중한 전략을 취했음에도 추가 투자를 이어가자면 수혈이 필요했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말 그룹 인사와 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2조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건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구심점인 삼성전자(19.58%)가 지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삼성SDI에 대한 지배력이 20.49%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증자에서 4000억원 규모 자금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왔던 최윤호 전 사장이 다시 복귀했음에도 그룹 차원의 배터리 사업 의지가 확고한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생산에 들어가는 신규 캐파(Capacity) 부담이 여전하지만, 사업 확장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투자에 앞서 2조 규모 수혈이 이뤄지는 만큼 삼성SDI 특유의 경쟁사 대비 안정적 재무구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올 들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사업이 정상 궤도로 올라올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단 분석이 많다. 핵심 시장인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이제 막 닻을 올린 터라 전방 전기차 시장의 회복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카드가 나오면서 지난 연말, 올 초에 짜둔 업계 전반의 청사진도 다시 수정 중"이라며 "유럽 시장에서의 중국 전기차 전망은 물론 북미 현지에서의 전기차, 2차전지 공급과잉 문제가 언제 해소될지 당분간은 전망이 어려운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