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할인율에 담긴 자신감? 삼성SDI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은
입력 2025.03.14 16:00
    2조원 규모 대형 유상증자... 한화오션 이후 최대 규모
    LG디스플레이 20%, 한화오션 30%와 달리 낮은 할인율 적용
    삼성그룹 지분 20%... 외부에서 1.5조원 이상 조달해야
    GM 합작법인, 헝가리 공장 확대 등 성장 투자에 활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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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2년 전 한화오션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이후 최대 규모다. 

      대규모 공모 증자 딜을 앞두고 증권가는 술렁이고 있다.삼성SDI는 유상증자 발행가를 예정 발행가에 15% 할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는데, 비교적 낮은 할인율에 자금 조달을 끝낼 수 있을거란 삼성SDI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삼성SDI의 주가는 전일 대비 6.18% 하락한 19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평이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 주식 수의 6분의 1(17%)에 달하는데, 주주가치 희석분 대비 주가 하락폭이 절반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그룹의 삼성SDI에 대한 지분율은 약 20% 수준이다. 외부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 지분 19.58%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49%다. 작년 3월 마무리된 LG디스플레이의 약 1조3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도 지분 37.90%를 보유한 최대주주 LG전자가 전체 신주의 33.73%를 인수했다. 

      2조 규모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유상증자를 통한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뒷받침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할인율을 15%로 설정한 점은 유사 규모 증자 사례와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지난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한 LG디스플레이는 20%, 2023년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한 한화오션은 30%의 할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비교적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 배경에는 회사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OEM들은 여전히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조사기관들도 2025~203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0%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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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할인율이 낮은 만큼 신주인수권증서 매수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삼성SDI의 주가가 더 이상 빠지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삼성SDI 주가는 1년 전 최고점인 49만4500원에 비해 6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작년 4분기에는 7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1년 전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에 나섰을 때 주가가 하락하며 발행가와 주가 사이의 차익 거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1주당 9090원이었는데, 유상증자 이후 업황 부진이 길어지며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신주 발행일인 2024년 3월 26일 기준 주가는 1만 원 초반대였고, 임직원이 우리사주 청약으로 받은 주식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이달 26일)을 앞둔 현재 주가는 9000원대다.

      반면 한화오션의 경우 2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매도해 신주인수권 가격이 700원 미만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산은법상 신주 인수가 불가능하다. 당시 확정 발행가액은 1만6730원이었는데,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2만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데다 최근 8만원대까지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한화오션의 신주인수권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계속 보유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 2차전지 사업이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삼성SDI의 이번 유상증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삼성SDI가 대규모 투자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으나, 이번 유상증자로 그 의문이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증자 규모가 크고 소액주주 비중이 65%로 매우 높은만큼, 신주인수권(워런트)이 활발히 거래될지도 증자 흥행 여부를 가릴 변수로 꼽힌다. 이번 삼성SDI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은 오는 5월12일부터 16일까지 5거래일간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룩셈부르크에 상장된 GDS(글로벌 증권예탁증서)에 대해선 신주인수권을 발행하지 않고 보유 주주들에게 현금 보상한다.

      증자 청약 의사가 없는 주주는 신주인수권을 매도해 청약 권리를 넘기는 대신 거래대금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기존 주주가 아니더라고 신주인수권을 매수해 청약에 나서고 싶은 투자자들이 다수일수록 청약 흥행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신주인수권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며,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이 827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삼성SDI의 미래 시설 투자 및 배터리 신기술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로, 기존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