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號 LS, '오너 리스크' 직면…호반그룹과 갈등도 시험대
입력 2025.03.17 07:00
    오너 일가 연루된 일감 몰아주기 재판 4월 본격화…사법리스크 고조
    매출 70%가 성숙기 산업…성장동력 확보 시급한데 오너리스크 직면
    계열사 중복상장으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호반그룹 지분매입도 이슈
    친인척 44명 분산된 지배구조…경영권 공고하다지만 공격 여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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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S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형사재판과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으로 이중고에 직면했다. 주력 사업의 저성장 체질을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오너 리스크와 지분 매입 이슈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일감 몰아주기 형사재판, 4월 공방 본격화

      현재 구자은 LS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LS글로벌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고 해당 주식을 비싸게 매각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4월 3일 추가 공판을 앞두고 있어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LS 총수 일가의 혐의는 상당 부분 명확히 드러난 상태다. 2005년 LS글로벌 설립 이후 구자은 회장 등 총수 일가는 공동 출자한 LS글로벌을 전선 원재료인 전기동(구리) 거래 과정에 끼워넣고 통행세를 챙기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했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이들은 향후 보유한 LS글로벌 주식을 지주사에 매각해 총93억원의 차익을 봤다.  

      이미 대법원이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에서 부당 지원 행위를 인정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도 무죄 입증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성숙기 산업 의존도 높아 성장 정체 뚜렷

      오너 리스크는 LS그룹의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 전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은 현재 전통적인 인프라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장은 이미 정체된 상황이다.

      실제로 LS그룹의 매출액 중 LS전선, LS일렉트릭(구 LS산전), LS MnM(구 LS니꼬동제련) 3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들 모두 성숙기 산업에 해당해 그룹 전반의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사상 최대 매출 27조5447억원과 영업이익 1조733억원을 기록했지만,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LS그룹은 지난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2030 비전' 전략을 공표했다. 구자은 회장은 CFE(탄소배출이 없는 전력) 시장 선도를 위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2030년까지 자산을 5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LS이링크, LS MnM, LS이모빌리티솔루션 등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중요한 전환기에 구자은 회장이 형사재판 대응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그룹의 미래 전략 추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LS그룹은 중복 및 쪼개기 상장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상장사인 LS일렉트릭의 자회사 KOC전기의 공모를 계획하며 중복 상장 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고손자회사인 LS에식스솔루션즈와 SEABAL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 구자은 회장의 발언이 LS㈜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44명 특수관계인 분산 지배구조, 호반그룹 견제 해야

      여기에 호반그룹이 최근 LS㈜ 지분 3%대를 매입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반그룹 자회사인 대한전선과 LS전선 간에는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으로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며,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S그룹 지배구조 취약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구자열 이사회 의장과 친인척 43명이 총 32.15%의 지분을 나눠 가진 집단 지배체제로, 개인 최대주주인 구자은 회장조차 3.63%에 불과한 분산된 구조다. 0%대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만 34명에 달한다. 그동안 공고한 사촌경영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지만, 시장에 52% 가량의 주식이 유통되고 있어 외부 공격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LS그룹은 앞으로 수 년간 전방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며 현금 창출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너가 '주주 무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전의 탈법 행위 등이 재조명을 받으며 사업 외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게 기존 주주들로선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