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PEF 스터디' 한창...벌써 "MBK는 악덕 사모펀드" 반응도
입력 2025.03.17 07:00
    취재노트
    국회, 사모펀드 '정조준'…18일 현안질의
    보좌진들 '스터디' 움직임도…입법 이어질까
    일부 의원실들 벌써 법안 발의 움직임 관측
    김병주 회장 출석할까…불출석시 역풍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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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는 악덕 사모펀드다." 

      최근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한 국회 관계자가 전한 대답이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홈플러스를 두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지만, 최근 여론의 핵심은 결국 PEF, 즉 사모펀드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과 우려로 귀결된다.

      국회에서 사모펀드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간 사모펀드가 국회의 관심을 받아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 회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사모펀드라는 '업(業)'의 본질 자체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는 사실상 처음에 가깝다.

      사모펀드는 본래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폐쇄성이 짙은 탓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구조조정이나 부당 해고와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 사회적 관심을 받긴 했지만, 초점은 '노동자'나 '피해자'에 맞춰졌던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국회에서는 일부 보좌진들이 중심이 돼 자체적으로 'PEF 스터디'에 돌입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간 PEF의 구조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알려진 정보도 제한적인 탓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법적·제도적 규제를 마련하기 힘들었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PEF를 '해부'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안질의를 앞두고 사모펀드를 스터디하고 있다"라며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수익만 좇는 사모펀드의 행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와 관련한 논의는 그동안 국회에서 거의 없다시피 해 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론화하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실은 이미 법안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사모펀드의 투자 투명성 강화, 투자기간과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규제, 노동자 보호 장치 마련 등 구체적인 조항들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발의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탄핵 여부에 따라 조만간 발의가 될 가능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국회 논의와 별도로 금융당국도 PEF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에 PEF가 포함됐다. 사모펀드 체계를 일반과 기관전용으로 개편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와 업무집행사원(GP)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는데, 현재 금감원은 검사권 행사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 이어 당국까지 움직이면 PEF 업계 전반에 미칠 부담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 경우, PEF 업계의 MBK파트너스에 '원망(?)'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회에서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MBK파트너스였는데, 이번에도 MBK파트너스에서 PEF 전반에 대한 규제가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었다.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HC 가맹점주 상생 논란과 관련해 윤종하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지난해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김광일 부회장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바 있다.

      업계의 관심은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의 출석 여부에 모인다. 김병주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국회 증인 명단에 오르거나 출석이 거론됐지만, 단 한 차례도 출석한 적이 없다.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부회장 등 다른 관계자를 대신 출석시키며 빠져나갔다.

      18일 예정된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를 앞두고도 김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현재까지는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김 회장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까지는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아직 현안질의까지는 시간이 남은 탓에 사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서라도 김 회장을 출석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외에 체류중일 경우 현실적으로 출석시키는 것이 힘들다. 결국 김 회장의 결단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출석을 회피할 경우, 여론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에서 사모펀드가 지금처럼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라며 "김병주 회장이 항상 국회의 출석 요구를 회피해왔는데, 이번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다면 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