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적 없는 MBK의 홈플러스 용인술…'파괴왕' 조주연 대표로 정점
입력 2025.03.18 07:05
    Invest Column
    도마위에 오른 MBK 포트폴리와 관리 능력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10년간 전문경영인 재조명
    영업부터 대표 선임까지 논란의 중심, '파괴왕' 조주연 대표
    내리막 달리던 카버코리아서 모셔온 이제훈 전 부회장
    "쿠팡 사업 모델 의심" 임일순 前 대표 발언도 조명
    MBK가 사랑한 전문경영인은 책임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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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 사모펀드(PEF)의 역사 20년간 아직도 깨지지 않는 초고가 M&A 딜로 남아있는 홈플러스는 대표적인 PEF 경영 실패 사례로 남게됐다. 제 아무리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MBK라 할지라도 무리한 차입으로 인한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했고, 인수 후 10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기업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수 많은 기업을 사들이고 이를 다시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에 가장 필요한 존재는 전문경영인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남짓 투자 기업을 스터디하고 면밀한 실사를 거친 M&A 전문가라도 해당 산업에 오롯이 몸담았던 경영인에는 미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PEF 포트폴리오의 전문경영인은 극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그리고 임직원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최대주주에는 차익을, 주주들에겐 실적 향상을 통해 수익을 안겨주고, 소비자들에겐 더 나은 경험과 임직원들에겐 고용 안정과 복지를 약속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게 수 억원의 연봉을 받는 CEO란 자리의 무게다.

      홈플러스의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MBK가 선임한 CEO들의 논란이 결코 적지 않았다. 도산 직전까지 몰린 홈플러스 일련의 사태는 작게 보면 MBK 용병술의 실패, 넓게는 전문경영인들이 합작한 결과물로 여겨진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열흘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조주연 대표는 MBK파트너스가 지난 2021년 영입해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사실 조 대표가 맥도날드 대표이사직에서 홈플러스 마케팅부문장(CMO)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부터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한국 맥도날드의 첫 여성 CEO란 타이틀 보단 '파괴왕'과 같은 다소 과격한 별칭(?)이 그를 따라 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맥도날드 CEO로 취임한 이후 인기 상품 메뉴들의 폐지, 맥딜리버리 최소 금액 조정, 버거 금액 상향 등 수익성 위주 전략들을 실행에 옮기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조 대표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마케팅 분야에서 쌓아온 인물인 탓에 경영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늘 따라 붙었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수 년 째 적자를 지속하던 홈플러스가 지난해 초 조주연 대표를 승진 발령하자 이 같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원가 절감과 가격 인상을 무기로 턴어라운드를 노렸던 전례가 있던만큼, 홈플러스 역시 수익성 개선을 통한 매각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꾸준히 점포를 정리하고 있었고 지난해부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다.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 돌입이 주주사인 MBK의 결정이든, MBK가 선임한 조 대표의 판단이든 이와 무관하게 MBK는 경영진 선임에 대한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MBK가 발탁해 홈플러스를 거친 전문경영들 역시 책임론에선 자유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등급하락이 회생절차에 돌입한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경영 악화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홈플러스 매장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는데 회생절차 신청 직전 ABSTB의 발행액은 지난 2년간 월별 기준 최대치를 기록한 '이상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무능(無能)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에 돌릴 수밖에 없다. 만약 사전에 인지하고도 마땅한 대책 마련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기망행위로 비쳐질 여지도 충분하다. 

      신용등급 역시 10년간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던 게 자명한데, 이제와 '사전 예방적 회생신청'이란 단어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민망한 상황이란 것을 MBK와 경영진이 모를리 없다. 어찌보면 이번 사태는 극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MBK, 그리고 MBK의 경영철학(?)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이를 충실히 수행한 조 대표와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조주연 대표가 선임되기 직전, 홈플러스엔 부회장 승진 인사가 있었다. 올해 유한킴벌리 CEO로 자리를 옮긴 이제훈 전 부회장(現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2021년, MBK는 카버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이제훈 사장을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한국 피자헛, KFC, 바이더웨이 최고경영자를 거친 유통업계에선 정평이 난 인물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홍콩계 사모펀드인 유니타스 캐피탈의 파트너 이력이다.

      이 전 부회장의 전직인 카버코리아는 2017년 유니레버가 27억달러(3조500억원)에 인수하며 화장품업계 M&A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사모펀드의 속성을 잘 알고 있을 이 전 부회장이 카버코리아 대표(2018년~2020년)로 재직하기 시작한 이후부턴 실적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21년 홈플러스는 이제훈 전 부회장을 영입하며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 탁월한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O2O(Online to Offline) 유통기업으로 나아가는 홈플러스 성장가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재직한 2021년부터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적자 기조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그래도 이 부회장은 지난해 승진했고, 후임인 조주연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재무부문장(부사장)으로 영입한 임일순 전 CFO는 2017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이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가 강화하던 시점 노사 갈등도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또 이마트, 신세계는 물론 쿠팡을 비롯한 오프라인, 온라인 업체들을 망라하고 유통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던 때이기도 했다.

      임 대표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등 가격경쟁과 관련해 "(쿠팡 등이) 언제까지 싸움을 계속할 수 있으며, 고객이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홈플러스는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어 우리만의 가격 경쟁력을 항구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21년 1월, 임 전 대표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했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쿠팡은 2달 뒤 시총 60조원 규모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정확히 4년이 지난 현재, 쿠팡은 우리나라 유통업계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러 번의 경영자 손바뀜이 일어난 홈플러스는 법원에 그 운명을 맡기게 됐다.

      MBK는 유독 홈플러스에서만 CEO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 자체가 MBK 용인술의 한계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