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 무산 시 1550억원 위약금 부담…올 8월까지 거래 마쳐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조건부 승인 받으려면 금융위 설득 카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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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칼을 뽑았다. 예상대로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최종 판단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3등급을 받는다고 해서 인수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위원회로서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인수 승인을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무엇을 내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한 등급 낮춘 3등급으로 확정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이번주 중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해당 등급은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가능 여부 역시 함께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등급 하락의 원인으로는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가 지목된다. 업계에선 예상대로 금감원이 3등급을 강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이 포함된 총 2334억원 규모 부실 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영실태평가(리스크 관리, 재정 평가, 잠재적 영향) 중 리스크 관리 항목의 등급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선 다른 항목의 등급은 유지돼 종합 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와 잠재적 영향 부문을 모두 낮게 평가했다. 잠재적 영향은 지주사의 부실이 자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비상등 켜진 보험사 인수...'전례' 없지 않지만 '명분' 필요
우리금융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원칙적으로 금융지주는 경영평가 2등급 이상이어야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3등급은 원칙상 자회사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에는 시간적 압박도 크다. 올해 8월까지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계약금 1550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이는 총 인수가액(약 1조5500억원)의 10%에 해당한다. 계약금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에 지급해야 한다.
다만, 경영평가등급이 자회사 편입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등급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게 골자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 및 경영 건전성 개선을 전제로 승인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5월 중 보험사 인수 관련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동양생명 인수 무산에 따른 파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동양생명은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로 계약이 무산되면 중국 정부와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라며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 무엇을 약속할 수 있나...일각선 '거취' 문제 거론도
보험사 인수를 위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초점은 우리금융이 어떤 약속으로 금융위를 설득할지에 집중된다. 당장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와 건전성 개선 약속은 기본이다. 이번에 이사회에 합류한 '내부통제 전문가'는 대형 금융그룹의 내부통제를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의 절대적 권력 구조가 이번 부당대출 사태의 원인으로 됐던 만큼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가 많다. 임종룡 회장 임기 중에도 부당대출 관련 차환 등이 이뤄진만큼, 임 회장이 책임을 져야한단 목소리 역시 여전하다. 임 회장이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에 '직'을 걸어야 한다는 평가도 일각서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인수를 위해 이미 1500억여원(인수금액의 10%)를 이미 지급했다. 우리금융 귀책 사유로 인수가 무산되면 해당 계약금은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승인해줄 명분'이 필요한만큼, 임 회장의 연임 여부를 포함한 지배구조와 관련된 약속이 물밑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3등급을 준 만큼 금융위도 무조건 승인하긴 어렵다. 금융위 입장에선 명분이 필요한 셈"이라며 "내부통제 강화·지배구조 개선 등 우리금융으로부터 추가 약속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