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兆 홈플러스리츠 상장 했었더라면...가슴 쓸어내리는 리츠 업계
입력 2025.03.18 07:10
    Invest Column
    2018년 공모 규모 1.7兆로 IPO 추진...2019년 철회
    랜드마크 점포 빠지고 비우량자산 떠넘기기 논란
    상장했다면 메리츠 대신 개인주주들이 피해봤을 가능성
    코로나19 이후 현금 창출력 저하되며 배당도 줄었을수도
    • "홈플러스리츠가 지금 상장이 돼있었다면 상장 부동산투자회사(REIT's;이하 리츠)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지난해 리츠 주가 하락을 이끌었던 '비우량자산 떠넘기기' 이슈의 '원조'가 바로 홈플러스리츠였습니다."(한 리츠 업계 관계자)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홈플러스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리츠 상장을 준비했었다. 2018년 당시 직접 부동산을 보유한 81개 점포 중 51곳을 자산으로 편입하는 4조원 규모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홈플러스리츠)의 사업 인가를 받았다.

      홈플러스리츠는 1조7000억원 규모로 신주를 모집하고, 선순위 대출로도 1조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배당수익률 기대치는 7% 안팎이었다. 자산 투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롯데리츠보다도 두 배 가까이 큰 초대형 리츠였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리츠 상장은 실패했다. 랜드마크 점포 상당부분이 빠진 게 타격이었다. 2018년 당시 국내 마트 매출 순위 1위를 다투던 서울 월드컵점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입점해있는 구조라 애초에 편입 대상 자산이 아니었고,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의정부점과 김해점은 이미 2016년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현금화한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연 매출 상위 10개 점포 중 8곳을 리츠에 편입했다. 그럼에도 불구, 랜드마크 점포 미포함에 임대료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R) 마진율이 한 자릿 수에 불과한 점포를 11곳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비우량자산 떠넘기기' 논란은 식지 않았다.

      글로벌 트렌드에 예민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먼저 발을 뺐다. 홈플러스리츠는 내부적으로 기관 배정 물량의 80% 안팎을 해외에 배정하겠다는 전략을 짰는데, 막상 해외 기관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다는 후문이다. 아마존, 쿠팡을 필두로 온라인 리테일 사업자들이 선전하고 있는 와중에 오프라인 기반 소매업이 경쟁력이 있겠냐는 이유였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당시 홈플러스 점포 평균 마진율은 11%대였는데 7~8% 마진율을 기록 중인 점포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게 리스크 요인이었다"며 "예측할 순 없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평균 마진율이 더욱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2019년에 상장을 철회한 게 다행이라는 관전평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만약' 홈플러스리츠 상장이 성공했다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아도 됐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리츠가 상장에 성공했다면, 해당 리츠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통해 메리츠금융이 들어올 필요도 없었다. 

      결국 지금 메리츠금융이 겪고 있는 '곤란'을 리츠 투자자들이 대신 겪고 있었을 거란 시각이 적지 않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단계까지 가게 된 이유는 비교적 명쾌하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하향세를 띄었다. 소비자들은 전날 저녁에 주문하고 다음날 새벽 문 앞에서 받아보는 '로켓배송'에 익숙해졌다. 핵심 점포들이 세일즈 앤 리스백 유동화 된 후 임대료 부담을 지게 되며, 점포별 수익성은 하락했다. MBK가 항변한대로, 이런 상황에서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경영상 이슈도 없지 않았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2023년 대표이사가 교체된 후 삼성 출신들이 관리하던 상품품질관리센터(Trading Law & Technical, TL&T)가 힘을 잃으며 상품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을 기업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리츠가 상장했더라면, 지난해 SK리츠의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인수 결정으로 불거진 '비우량자산 떠넘기기' 논란에 한번 더 기름을 부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해당 논란이 불거진 후 국내 리츠주는 예외없이 주가가 급락했다. 금리 인하기에 배당주인 리츠 주가가 하락하는 건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다른 리츠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2020년 9.2%였던 EBITDA 마진율이 2024년 기준 3.9%로 급락했다"며 "선순위 대출 규모 등을 고려했을때 만약 홈플러스리츠가 상장했었다면 지난해엔 배당율이 은행 예금 금리만도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