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부채 절반 차지하는 리스부채, 줄이면 극적 효과
펀드 LP들 "폐점 통해 부채 줄이는 전략" 비판
폐점 시 부동산 가치 하락…펀드 투자자 손실 불가피
MBK, 홈플러스 재무제표 개선 후 엑시트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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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홈플러스 부동산에 투자한 출자자들(LP)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추가로 매장을 폐점할 계획인데, LP들은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존 '부동산 가치 개선' 전략에서 '기업가치 개선'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정작 LP는 본인들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부동산 거래'로 접근했다. 당시 6조원 이상 평가받던 홈플러스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 중심의 회수 전략을 짰다.
대표적으로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호황기 때 세일앤리스백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매도자는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팔 수 있고, 매수자는 비싼 가격에 샀더라도 매도자가 장기간 내는 비싼 임대료를 기반으로 부동산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
기업금융과 달리 부동산금융은 부채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부채가 아무리 많아도 매각만 이뤄지면 큰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 업황이 부진해질 때다. 부동산 가격의 우상향을 가정한 비싼 거래 금액과 임대료 논리는 무너지게 된다. 현재 가격으로는 새 주인도, 새 임차인도 구하기 어렵다. 부채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홈플러스의 경우 최근 부동산 시장에 유통 시장마저 부진해 운영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매년 조 단위로 갚아야 하는 리스부채가 부담이었다. 신리스회계기준이 도입된 2019년 기준 리스부채는 4조6467억원이며 이후 등락이 있었다. 지난 2024년은 3조8501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당초 MBK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 부담하게 된 인수금융의 상당부분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상환부담이 경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매각된 점포의 경우 매각 후 재임차 형식으로 홈플러스가 사용하게 돼 채무의 형식이 일반차입금에서 리스부채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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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난감해진 건 매장을 인수한 부동산펀드다. 다수 지점에서 공실이 발생할 경우 새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지며 지금 가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매각 또한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 및 이커머스 활성화로 대형 리테일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공사비 상승으로 개발도 어렵다.
국내 공제회 등 주요 LP들은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 자산으로 둔 펀드와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투자했다. 해당 펀드와 리츠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 (전주효자점)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 (울산·구미광평·시화점) ▲제이알제24호기업구조조정(CR)리츠 (강서점·본사사옥) ▲KB사당리테일위탁관리리츠 (사당점) ▲KB평촌리테일위탁관리리츠 (평촌점) 등이 있다.
펀드는 조만간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는 오는 8월 1000억원 상당의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는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온다. 문제를 인식한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에 홈플러스 부지를 자산으로 담은 펀드 현황을 제출하라 통보했다.
리츠는 부실자산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B사당리테일위탁관리리츠·KB사당리테일위탁관리리츠와 제이알제24호CR리츠는 각각 5일과 7일에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했다. 제이알제24호CR리츠는 "투자자산인 강서 홈플러스 및 본사 사옥의 책임 임차인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법원의 결정으로 임대료 매출채권 수취에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부동산신탁의 두 리츠는 "향후 임대료 납부계획 및 매장 정상 운영 여부, 대책 마련 회신 요청 등 공문을 (홈플러스 측에) 발송할 예정"이라 공지했다.
이외에 시공사와 시행사도 홈플러스 매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DL그룹은 2021년 홈플러스 5개 매장(울산남구·의정부·인천인하·대전문화·전주완산점)을 7000억원에 인수했다. MDM그룹은 2021년 가양·시흥·일산·계산·원천·안산·천안·장림·동촌·울산점 등 10개 매장을 7900억원대에 인수했다.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동수원·서울 금천·서울 영등포·부산 센텀시티 매장을 담보로 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해 간접 신용보강을 했다.
LP들은 MBK파트너스가 엑시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27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할 때도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재심사 요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급 하향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점도 한몫하지만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1조2000억원 대출을 받으며 남은 부지를 담보로 내놨다.
LP들은 MBK파트너스가 부동산을 활용하기 어려우니 기업가치를 올리는 '꼼수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입을 모은다. 현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제일 빨리 늘리는 방법은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며, 부채를 강제로 줄이기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의심은 다음과 같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하면 자의든 법원에 의한 타의든 매장을 폐점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일부 매장을 폐점할 계획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부천 상동점, 동대문점 등은 폐점을 진행중이다.
우량 점포로 평가받던 세일앤리스백 매장들도 폐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이 이뤄져 있지만 법원이 특정 매장에 대한 폐점을 결정할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은 효력을 잃게 된다. 임대료 수익이 사라져 펀드 등의 수익성이 악화할 뿐 아니라 꾸준히 들어올 높은 임대료에 기반해 감정평가를 받아 놓은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망할 일 없다"며 자금을 댄 투자자는 고민이 커졌다.
LP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리스부채를 줄이면 재무제표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담은 3호 블라인드펀드 청산을 앞두고 엑시트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P들은 손실 가능성에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