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회장' MBK 김병주의 전례 없는 사재출연, 가능한 구조는?
입력 2025.03.19 07:00
    김병주 회장,'마지막 카드' 사재 출연
    증자·증여·대여 등 여러 방법들 거론
    구체적 규모 확정돼야 구조도 나올 듯
    전방위 압박… "다 갚겠다" 선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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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회생 이슈 파장이 커지면서 결국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모펀드(PEF) 경영진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슈 때문에 사재 출연에 나서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 방법도 주목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증자 등 에쿼티(Equity) 자금 유입, 증여, 대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16일,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게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지급되어야 할 금액을 홈플러스와 협의 및 파악한 후 결정될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수천억 원 규모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는 ▲후순위 대출 상환 ▲증여 등이 거론된다.

      자금을 유입시키는 대여 방식으로는 직접 대여보다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한 대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SPC에 자금을 투입하고, SPC를 통해 후순위채 상환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홈플러스가 김병주 회장을 대상으로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고,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홈플러스가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김 회장은 후순위 채권자로서 차후 남는 자금으로 변제받으면 된다.

      증여 방식도 유력한 방법 중 하나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증여하는 방식이다. 증여 주체가 김 회장이고 홈플러스가 증여받는 입장이라면 홈플러스가 법인세 부담을 지게 된다. 다만, 홈플러스가 수년째 영업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에 결손금을 고려하면 법인세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개별 소상공인들의 상거래 채권을 김 회장이 갚아주는 구조라면 개인과 개인 간의 증여가 된다. 이 경우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과세 기준에 따르면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50%의 증여 세율이 적용된다.

      증여 방식의 경우 세금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김 회장이 출연할 사재 규모가 정해져야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증여를 통해 홈플러스에 현금이 투입된다면, 소상공인 지원에 바로 쓰이기 전에 채권단의 동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재 출연은) 현재 MBK 측의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단은 일단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자 등 에쿼티를 통한 투자도 거론되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증자를 통한 자금 유입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사재를 출연해 에쿼티 투자로 자금을 유입시키면, 밸류에이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기존 펀드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이후, 일부를 펀드에서 보전받는 '우회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펀드들이 보유한 특별 조항을 해석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증자의 방식이라면, 김병주 회장이 펀드에 추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고, 이는 펀드 지분을 취득하는 셈이기 때문에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펀드를 운용하는 PEF도 법인이기 때문에 개인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해 펀드가 보전해 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다른 LP들과의 이해관계도 존재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펀드 정관에 명시된 내용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해석 여지가 있는 특약이 있더라도 사재를 홈플러스에 직접 출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에서 보전받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말 김 회장이 자금을 출연할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이번 사재 출연 발표는 사태가 커지면서 급하게 내린 결정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국세청이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국회에서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병주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도 부각된 상태다. 등급 하락 및 기업 회생 신청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홈플러스가 채권을 발행했다면 ‘사기죄’에 해당돼 형사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관련 SPC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날은 2월 25일이다. 알려진 바로는 신용평가사는 2월 25일 오후 등급 하락 예비 통보 사실을 홈플러스 측에 전했다. 홈플러스 CP 등급 하향 발표는 2월 28일에 이뤄졌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3월 4일 오전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마지막 전단채가 발행·매각된 것은 2월 25일이고,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하락을 최초 통보받은 것은 발행 이후 시점인 25일 오후”라며 등급 하락을 인지하고도 전단채를 발행한 것은 아니고, 그 이전부터 기업 회생을 준비해온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판매처인 신영증권 및 투자자들은 명백한 ‘사기 발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의성’과 별개로 법정관리 신청 전 1개월 내에 전단채를 발행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가장 일반적인 대응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채를 다 갚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다급해 선언적인 의미로 발표한 측면이 크겠지만, 정말 수천억 원의 자금을 김병주 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할지는 의문”이라며 “실제로 실행된다면, PEF 경영진이 포트폴리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대규모 사재를 출연하는 것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