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당 부분 석유화학에서 나와… 3분기 영업적자 전환
㈜한화 합병론, 구주매출로 승계자금 확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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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서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한화그룹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금 마련 차원이라며 승계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10일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뒤 14일 제안서를 마감하며 빠른 속도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17일에는 숏리스트에 오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감 있는 절차를 고려하면, 주요 주관사들과 사전 논의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의 집단에너지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여수열병합발전이 전신으로, 현재 태양광, 열병합, LNG, 수소 사업을 영위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전체 매출의 17%는 전기·스팀 등 석유화학 유틸리티에서, 40%는 자회사인 한화임팩트(지분율 52%)를 통한 PTA(고순도테레프탈산) 공정에서 발생했다. 태양광 부문은 20%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매출 상당 부분이 석유화학 업황과 직결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2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827억 원으로, 전년 동기(2857억 원)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 등을 통해 매출을 보완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비슷한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SK에너지 역시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1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열병합과 LNG 사업이 겹치는 GS에너지는 지난해 2조20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22년 3조8027억 원, 2023년 2조6415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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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한화에너지의 IPO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초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오너 회사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2대 주주(22.16%)로, 그룹 내에서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자사 주식 100%를 보유한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이후 IPO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한화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향후 ㈜한화와 합병해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한화에너지가 상장하면 ㈜한화와의 합병이 상장사 간 거래로 이루어질 수 있어 절차상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승계 자금 활용이나 ㈜한화와의 합병 계획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IB업계에서는 "이번 IPO가 승계를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K그룹 또한 2015년까지 '최태원 회장 → SK C&C → SK㈜'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유지하며 SK C&C와 SK㈜의 합병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흡수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한 바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부터 ㈜한화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난해 7월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 5.2%를 추가 매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를 인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TA를 포함한 석유화학 부문과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유틸리티, 태양광 등 한화에너지가 영위하는 3대 사업 모두 업황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라 회사 밸류에이션을 높이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화그룹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IPO가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