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회생 서류 준비?…국회 "말 안 돼"
NPS "자산 매각해 이익 추구 사모펀드 출자 안해"
신영證 "등급 하락 몰랐다…이 자리 있는 것 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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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보여도 단단히 밉보였다." (국회 관계자)
MBK파트너스는 18일 열린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문제는 이날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국회는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이 직접 출석하지 않는 한, 무한 청문회를 열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이날 국회 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 김병주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에 일견 예상된 일이었지만,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이 고의적으로 국회 출석을 회피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김 회장은 지난 11일 증인에 채택됐는데, 13일 중국 지사와 홍콩 지사를 통해 회의 일정을 잡았다"라며 "마치 우리 회의를 피하듯이 출장을 잡는 꼼수이며, 이는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17~19일 상하이·홍콩 출장으로 출석이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 간사들은 김 회장에 대한 고발 조치와 더불어, MBK파트너스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민국 여당 간사는 "(김 회장이) 국회에 출석할 때까지 계속 청문회를 개최하고, 부족하면 국정조사를 해야한다"고 밝혔고, 강준현 야당 간사 역시 "김 회장의 불출석에 대한 고발 조치를 포함해 MBK파트너스 청문회 개최까지 강 의원과 협의해 현안질의가 끝나기 전에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홈플러스의 선제적 회생신청이 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피력했다. 김 부회장은 "A3 마이너스 등급의 기업어음(CP)은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안 된다"라며 "3개월 내 6~7000억원 규모의 자금 상환 요구가 돌아오는데, (회생신청 말고는) 부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된 회생 신청과 법원의 개시 명령을 두고, 국회에서는 의문을 쏟아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생 절차를 신청하려면 로펌을 통해서도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2~3일 내에 준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회생 담당 판사 출신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월 28일 신용등급 강등 이후 4일 만에 회생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전부 발급이 될 리 없다"라고 지적했다. 회생 신청까지 소요된 날들이 모두 공휴일이었다는 점에서, 서류를 발급받는 데 더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은 "3월 3일 이사회에서 회생 신청을 의결했다"라며 "28일 등급 강등 후 3월 1일까지 회사가 부도를 피할 수 있는지를 찾아봤고, 3월 1일 오후 더 이상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기업회생 준비를 본격적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답변을 종합하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을 위해 지난 1일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3일 남짓한 시간동안 회생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한 셈이 된다.
이와 관련,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와 직접 가서 떼야 하는 서류가 구분되는데, 휴일에 준비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라며 "기업 회생이라는 중대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여기에 동반돼야 하는 서류 46가지에 대해 검토도 안 해봤느냐"고 지적했다.
회생에 필요한 서류 발급과 관련한 부분은, 향후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있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전단채 발행의 사기성 여부와 관련해, 회생 신청을 신용등급 강등 이전부터 검토했다면 MBK파트너스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현안질의에는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서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자산 매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에는 출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답변이 "MBK파트너스를 앞으로 손절할 것이냐"라는 강민국 의원의 질의 다음에 나왔기에, 사실상 홈플러스의 점포와 부동산을 매각했던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발언이란 평가다.
서 본부장은 "2011년부터 MBK파트너스와 거래했는데, 현재까지 11개 펀드에 2조원 정도 출자했고, 그 중 1조3000억원 정도 회수했다"라며 "이번 홈플러스 투자건의 경우, RCPS 수익률이 당초 9%였고, 일정 기간 후 스텝업 조건이 있어 현재는 13%라 현재 회수금액을 제외하면 못 받은 돈이 약 9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기업어음을 주관한 신영증권은 책임을 MBK파트너스에 돌리며,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의혹에 선을 그었다. "단기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하는 기업 중에 자구책 마련을 위한 노력 없이 등급 하락 후 영업일 하루 만에 회생 신청한 사례가 있느냐"는 강훈식 의원의 질문에 금정호 신영증권 대표는 "그런 사례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오후 질의에서 금 대표는 "이 자리에 와 있는 것도 굉장히 화가 난다.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았더라면 2월 25일에 홈플러스측에 (전단채) 발행 취소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등급 하락 소식을 들었던 것은 2월 27일 오후 6시 이후였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