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KKR 캡스톤 등 별도 컨설팅 그룹 두기도
"국내와 사정 달라, 해외 방식이 능사가 아니다"
투자·경영 모두 경험한 전문가 중요성 부각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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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절차 사태가 사모펀드(PEF)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이슈가 부상한 가운데 PEF 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 자질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정된 전문 경영인 풀(POOL)에 대한 지적은 계속된 가운데, PEF들은 투자뿐 아니라 이후 기업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투자’와 ‘경영’ 모두를 경험한 파트너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PEF들은 기업 경영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갖추고 있다. 운영 파트너(Operating Partners) 혹은 운영 그룹(Operating Group)으로, 투자 기업의 운영 및 성과 개선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들은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협력하여 전략적·운영적 개선, 비용 절감, 성장 전략 실행 등을 지원한다. 대개 전직 CEO, CFO, COO, 컨설턴트 등 경영진 출신들이 많다. 경영진 코칭, 실사 지원, 인수 후 실행 전략 등을 담당해 포트폴리오 운영 개선을 지원하기도 한다.
KKR은 하나의 컨설팅 회사 형태로 KKR 캡스톤(Capstone)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설립돼 현재 약 100명의 전담 오퍼레이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CEO들에게 상당한 지원과 지침을 제공하지만, 직접 통제하지는 않는다. 칼라일(Carlyle)은 자회사인 AlpInvest Partners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투자 기업에 대한 운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나의 회사 형태로 두는 사례는 드물다. 내부에 오퍼레이션 그룹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거나, 오퍼레이션 파트너를 선임해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전문가 집단을 꾸려온 것이 일반적이다. 담당 조직이 없어도 PE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관리 전문가인 C-레벨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말 외부에서 오퍼레이션 파트너를 처음으로 영입했다. 처음으로 영입된 운영 담당 임원은 차영수 전 삼성선물 대표다.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에서 33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10년 설립된 한앤컴퍼니는 오래전부터 투자팀과는 별도로 오퍼레이션 팀을 꾸려 운영해왔다. 2022년부터는 한앤컴퍼니CSG라는 별도 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산업군에서 경영 실무를 수행한 경영진들로 오퍼레이션 파트너 그룹을 운영했다. IMM PE는 2020년 말 IMM오퍼레이션즈 그룹을 설립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PEF들이 기업 관리 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은 맞지만, ‘전담 전문가’를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미국처럼 인력 풀이 넓고 규모가 큰 시장이 주력인 글로벌 하우스들과 달리, 국내 시장은 인력 풀도 좁고 하우스별 포트폴리오도 한정적이다 보니 별도의 전문가 조직을 두는 것이 국내 시장에서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대형 PEF 대표는 “지난 20년간 지켜봐 온 결과, 해외 방식이 꼭 한국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서는 통상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임원을 하다 온 분들이 오퍼레이션 전문가를 맡고 있는데, 이들이 기존 회사 경영진과 협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연령대도 높다 보니 오히려 일이 실무 중심보다 정치적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PEF 내에서도 ‘투자’와 ‘경영’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IMM오퍼레이션즈 그룹 수장을 맡고 있는 김유진 대표가 꼽힌다.
김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IMM PE에 합류했고, 린데코리아, 레진코믹스, 할리스 등 주요 거래를 주도했다. 2017년부터는 3년간 할리스 대표를 맡아 기업 경영을 했고, 이후 할리스를 KG그룹에 매각한 뒤 IMM PE에 복귀했다. 이후 김 대표는 2021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에이블씨앤씨(미샤) 대표를 맡았고, 2023년 8월부터는 한샘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포트폴리오 그룹 내부의 목소리를 잘 듣고 개선점을 이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창업자와 경영 손발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글로벌 PEF TPG(텍사스퍼시픽그룹)은 2017년 바닥재 제조업체인 녹수 모회사인 모림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창업주인 고동환 대표가 모림 지분 35%를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했는데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녹수 인수 담당자가 퇴사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졌고 투자회수도 지연됐다는 평이다. TPG는 지난해 7년 만에 녹수 지분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JKL의 포트폴리오 기업 거흥산업도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남았던 케이스다. JKL파트너스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규석 전 회장으로부터 2016년 회사를 인수했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회사를 이끌다 2019년 떠났고 이후 2023년 사내이사로 복귀해 경영에 참여해왔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남은 창업자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 인수 당시 계획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홈플러스 사건으로 PEF들의 오퍼레이팅 능력 이슈가 떠오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