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MBK 세무조사, 칼날 끝은 결국 김병주 회장?
입력 2025.03.21 07:00
    취재노트
    2020년 이후 첫 MBK 대상 세무조사
    고려아연·홈플러스 이슈까지 변수로
    과거처럼 김병주 회장 개인도 살필까
    달라진 조사4국 분위기에 긴장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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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가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등으로 시장과 당국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국회,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국세청까지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무조사의 칼날이 김병주 MBK 회장을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1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MBK측은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MBK가 2020년에 세무조사를 받았고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정기 조사를 받을 때도 되지만, 통상 특별조사만 담당하는 조사 4국이 나섰다는 점과 현재 MBK의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이미 사전에 충분한 분석과 계획을 한 뒤, 이러한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국세청이)이미 계획한 목표는 있을 것이고, MBK가 현재 돌발 상황들이 많아서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쟁점이 없을까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 ‘정기조사’ 이상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PEF 대상 세무조사는 매각 차익 등 ‘수익’이 생겼을 때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앞서 2020년에도 MBK가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등을 매각해 1조원가량의 양도차익을 거둔 것과 관련해 2020년 5월경부터 법인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MBK는 최근 ‘회수’보다는 투자에 집중된 행보를 보여왔다.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 넥스플렉스, 지오영 등 굵직한 인수를 해왔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3조원에 아리나민제약을 인수했고, 국내서는 고려아연에 투자했다. 현재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부문,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HPSP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최근에 매각한 포트폴리오로는 일본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 경영권을 약 9308억원(1000억엔)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 진행하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중단된 상태고, 모던하우스도 매각 절차가 더딘 상황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MBK가 대상이지만 김병주 회장 개인 이슈를 살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병주 회장 개인과 관련된 이슈는 이미 2020년 세무조사에서도 쟁점이 됐던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1조원 중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김병주 회장 개인소득으로 보고 2021년 1월부터는 김병주 회장 개인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들어갔다. 이때 김병주 회장의 소득을 어떤 성격으로 보고 과세율을 정할 것인지,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이 국내에 납세의무가 있는 지 등이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펀드의 매각차익이 국내에서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이고, 김 회장도 인수·매각 등의 절차에 관여를 했다고 보면 국내에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미국 시민권자인 경우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국내에 납세의무가 있는 ‘거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인 ‘국내 체류기간 183일’에 미치지 못하면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해외 거주 및 국적 고소득자들의 소득세 회피 목적의 한국 체류일 조정 이슈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온 부분이다. 

      가장 최근의 감사보고서인 2021년 11월 기준 MBK파트너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기준 윤종하 부회장이 29.50%, 김광일 부회장이 29.50%, 김병주 회장이 20.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기준 국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영업 수익이 396억원인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실제 경제적 실익은 해외에서 발생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현재 기준 MBK의 운용자산(AUM)은 310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른다. 

      한국에서 세금 문제가 불거지면 난처하기 때문에 해외 PEF들은 통상 벨기에 네덜란드 케이먼 제도 등에 페이퍼 컴퍼니(SPC)를 세워두고 '택스 리조트'(Tax Resort)'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MBK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은 해외 SPC일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으로 세금 추징이 되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처럼 PEF 비즈니스 특성상 살펴야 할 대상이 복잡하고, ‘정답’인 세무법규가 있는 것이 아니란 점도 PEF 조사의 허들을 높이는 요소다. 앞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MBK 정기 세무조사도 약 2년 가까이 이어졌다. 대기업의 세무조사도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2년은 굉장히 이례적이란 평이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최근 달라진 국세청 분위기도 고려된다. 현재 MBK를 조사하는 조사 4국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정기검사가 아닌 특별조사를 담당하며, 기업들의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을 살핀다. 

      조사4국이 한동안 명성에 비해 특별한 움직임이 없단 평이 있었는데, 지난해 9월 김진우 조사4국장이 취임한 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비행시 출신인 김 국장은 세무대학(6기) 출신으로는 최초로 조사4국장에 임명된 이물로, 지난해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 후 한 달 만에 전격 발탁했다. ‘조사통’으로 알려졌고 철저한 조사방식으로 유명하다는 평이다. 

      김 국장이 조사4국장을 맡은 이후 내부 통제가 허술한 대기업 오너 일가의 탈세 혐의 조사에 주력 중이라고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CJ, SK, 효성중공업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조사에 나섰고 최근에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들어간 CJ그룹 특별세무조사도 여러 계열사를 향한 고강도 조사뿐 아니라 이재현 회장 개인에 관한 내용도 살폈다고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2013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통상 중복 세무조사는 이뤄지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의도적인 탈루가 있거나 뒤늦게 자료가 보완되면 관련한 조사를 다시 진행하기도 한다.  

      한 조세업계 관계자는 “CJ의 경우에도 국세청에서 과거 사건 자료를 살핀 후 다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지난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거 이재현 회장 직속이었던 관제팀 자료까지 입수해 가는 등 고강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세무조사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MBK를 향해 여야가 입을 모아 질타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세청 입장에서도 MBK 대상으로 성과(?)를 올리는 것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김병주 회장, 넓게는 김광일 부회장까지 관련 개인들을 살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