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브먼, 한국 시장 철수 가닥…신세계 스타필드 투자 '변수' 부상
입력 2025.03.21 07:00
    한국 투자 총괄 책임자 해임, 신규 사업 중단
    사이먼그룹 인수 후 투자전략 재검토 움직임
    스타필드 지분 매각시 신세계 리츠 전략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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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터브먼(Taubman)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 함께 스타필드 하남·안성 개발에 참여했던 터브먼의 움직임은 향후 스타필드 사업 전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터브먼 아시아(Taubman Asia)는 작년 연말 한국 투자 총괄 책임자였던 딘 길(Dean Kil) 상무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딘 길 상무이사는 2021년 9월 터브먼 아시아 한국 사업부 상무이사로 승진했으며, 스타필드 하남과 안성 등 국내 쇼핑몰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터브먼 아시아의 이러한 인사 결정은 한국 시장에서 점차 철수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터브먼 아시아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신규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데스크 인력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터브먼의 모회사격인 터브먼리얼티그룹(TRG)은 2020년 12월 사이먼프로퍼티그룹(SPG)에 인수됐다. 당시 사이먼은 TRG 지분 80%를 약 34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리테일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터브먼은 사이먼의 지휘 아래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 대한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이먼 인수 이후 아시아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과거 한국에서 발생했던 비상계엄,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테일 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터브먼의 한국 철수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 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 악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등 대형 유통사들의 위기설이 불거지며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터브먼의 국내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터브먼의 국내 대표 투자건은 사실상 스타필드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터브먼 아시아는 현재 스타필드 하남점에 약 31.85% 지분(신세계프라퍼티 51%, 블랙스톤 17.15%)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타필드 안성점에는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터브먼 본사 내부에서는 스타필드 하남점과 안성점 지분에 대한 인수 희망자를 자체적으로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터브먼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터브먼의 스타필드 지분 매각은 사실무근"이라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터브먼 아시아가 스타필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는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사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신세계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유동화 및 '스타리츠' IPO(상장) 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터브먼 아시아의 한국 사업 철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될 경우, 신세계그룹은 다른 글로벌 투자자를 영입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리츠(REITs)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