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나홀로 '적대적 M&A 금지'에…MBK 6호 펀드 다른 LP들은 '황당'
입력 2025.03.24 07:00
    MBK 6호 펀드 LP, 국민연금·공무원연금·방폐기금·은행·증권사 등 다수인데
    국민연금과만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 않는다' 내용으로 계약 체결
    사전에 다른 LP들과는 조율 없었어…국민연금과 동일한 계약 조건 넣을 듯
    다만 적대적 M&A 기준 두고 해석 엇갈릴 여지…향후 문제 불거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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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MBK파트너스가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에 약 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지난달 최종 확약했지만, 계약 내용에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삽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6호 펀드의 다른 LP들은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탓이다.

      현재 MBK의 6호 펀드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원자력환경공단(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공무원연금공단 및 다수의 증권사와 은행들이 LP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동일 펀드 내에서 국민연금이 출자한 자금만 투자처가 달라질 경우, 향후 투자자별 수익 배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에 LP로 참여하기로 한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아직 출자확약서(LOC)를 발급하지 않았다. 다른 계약서 조항에 대한 검토는 마무리됐지만, '적대적 M&A 투자 금지'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할 지 여부와 관련한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에 LOC를 발급하며, '적대적 M&A 투자 금지'와 관련한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내용을 국민연금과만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LP들은 뒤늦게 이러한 소식을 전해듣고 MBK측에 문의했지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내부적으로 대응 여력이 부족한 탓에 답변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P들은 국민연금과 동일한 내용을 계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투자와 수익 배분 등의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다른 LP들도 국민연금과 동일한 조건을 계약 사항에 명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에 이어 원자력환경공단(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역시 출자를 확정하며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 6호 펀드에 LP로 참여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당초 MBK가 6호 펀드 자금 일부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사용하기로 했는데, 국민연금과의 계약 사항으로 국민연금의 출자금은 고려아연에 투입할 수 없게 됐다"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6호 펀드를 활용하겠다는 MBK의 계획이 아직 유효하다면, 동일 펀드 내에서 투자자별로 수익 배분이 달라질 수 있는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LP들에게 고지하거나 협의하지 않은 MBK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특히 투자처에 대한 기준이나 제한과 관련한 부분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다른 LP들에게도 고지를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블라인드펀드를 만들면 수십개의 LP들이 출자를 하는데, 그 중 특정 LP와만 투자처에 제한을 두는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다른 LP들도 동일하게 계약을 맺거나, 그렇지 않다면 사전에 조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M&A'의 기준을 두고도 향후 해석이 엇갈릴 수 있을 있다는 분석이다. 사전에 적대적 M&A 여부를 판단해 투자처를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려아연 사태가 사회적 파장이 크긴 하지만, 이것만을 두고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를 명확하게 가르기는 쉽지 않다"며 "바이아웃펀드가 투자하는 모든 건들에 대해 일일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를 판단해 투자를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