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선 운용전략 평가 배점 기준 변경 움직임 확산
대형 PEF들, 자산매각 통한 투자금 중간회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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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비롯된 사모펀드 운용사(PEF)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대형 사모펀드들의 '자산 매각' 전략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 회수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서원주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앞으로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서 성과를 내는 PE와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사모펀드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LP들 사이에서는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출자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배점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운용전략 부문 평가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정성평가에서 운용전략 부문은 절반 정도의 배점을 차지해, 운용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유동자산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거나 기업을 단순히 연명시키는 사모펀드들에는 LP가 운용전략 부문에서 감점을 주는 방식이 주로 거론된다. 최근엔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이 많이 남아있는 펀드에 대해서도 배점을 낮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이 전부 대형 사모펀드에 해당하는 상황이라, 대형 부문 출자사업 난이도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중소형 PE는 기업 인수 후 추가 인수(add-on) 전략을 활용하지, 큰 회사를 찢어서 파는 전략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형사로 분류되는 소수의 몇몇 PE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은 최근 몇 년간 '쪼개기 매각' 전략을 적극 활용해왔다. 금리 상승기 M&A(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돼 기업 전체를 인수하려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워졌고, 주요 LP들의 빠른 투자 회수 요구와 출자 감소 압박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결국 핵심 자산이라도 먼저 처분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전략으로 대부분 선회했다.
사모펀드들의 이러한 자산 매각 전략은 본업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주력 계열사나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자산을 매각해 본업에 집중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정당한 구조조정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홈플러스 사태 이후 시장에서 '쪼개팔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형성돼, 대형 사모펀드들은 이러한 전략에 극도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부턴 MG새마을금고,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대형 LP들의 출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LP들의 평가 기준이 실제로 변경된다면 자산 매각을 통한 중간 수익 실현이 제약받아, 투자금 회수 기간이 더 길어지고 수익률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형 사모펀드 임원은 "미국 토이저러스 사례처럼 자산 매각이 기업 본업을 약화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본업을 충실히 하면서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는 것까지 문제삼는 분위기는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도 "전략적투자자(SI)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LP 압박까지 더해지면 향후 1~2년은 대형 PE들에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