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들이 노린 롯데칠성 '처음처럼', 이번엔 오비맥주의 인수가능성 솔솔
입력 2025.03.24 07:00
    롯데 주류사업 수년간 M&A 시장 화두
    글로벌 PEF·IB 계속 문 두드렸지만 빈손
    오비맥주 보유 AB인베브 움직임 촉각
    사업 시너지나 환율 효과 등 긍정 효과
    '새로 돌풍' 애먹었던 하이트 민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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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 매각 가능성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위기론을 많이 잠재우긴 했지만 아직 화학과 건설 부문의 재무 부담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재무개선 효과를 내려면 시장이 원하는 자산을 내놓아야 한다.

      투자업계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은 오래 전부터 M&A 시장의 예상 매물 중 하나로 꼽혀왔다. 안정적인 시장 지위와 현금창출력 덕에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의 인수 구애가 이어졌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뒤에는 거래를 주선하려는 투자은행(IB)과 M&A 자문사들아 롯데그룹을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워낙 많은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다 보니 이런 저런 소문도 많았다. 매각 자문 권리(맨데이트)를 갖지 않은 IB가 거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원매자를 찾아다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애착이 깊은 소주 사업은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맥주 사업만 매각할 거란 언급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매각설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태도다. 주류 사업은 핵심 사업이며 매각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문사들 문의에도 '사실무근'이란 답을 내놓는 상황이다. 종합 음·주류 회사를 표방하고 있어 주류 사업을 계속 안고 가겠다는 의지다. 

      그간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위기를 진화하고, 롯데렌탈도 매각함에 따라 롣데칠성음료 주류 사업 매각 가능성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듯했다. 시장가의 2배에 거래가 이뤄진 롯데렌탈 사례를 감안하면 어지간해서는 롯데그룹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따랐다. 아울러 매번 영업 기반의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PEF가 수행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따랐다.

      다만 최근 들어 다시 매각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글로벌 PEF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가 움직일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오비맥주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주류회사 AB인베브(AB InBev)가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과거 오비맥주 인수를 추진했었는데, 십 수년 만에 반대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AB인베브는 자금력이나 의사 결정력 면에서 PEF에 앞선다.

      현 시점으로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 오가는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제반 상황을 따져보면 개연성이 없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AB인베브는 2009년 오비맥주를 PEF에 매각했다 5년 만에 되샀다. 롯데의 주류 사업을 인수하면 소주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실제 여러 IB들이 AB인베브를 찾아 거래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지금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을 두고 구체적인 거래 움직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전에 여러 IB들이 AB인베브를 찾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구체적인 언급도 나온다. 롯데 주류 사업이 1조8000억~2조원 수준으로 AB인베브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는 식이다. 작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처음처럼, 새로), 맥주(클라우드, 크러시), 청주(청하, 백하수복), 와인(Gallo, yellow tail) 등 주류 사업 매출이 7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규모지만 환율 효과가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환율 상황을 감안하면 AB인베브가 롯데 주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거래가 진행되더라도 신동빈 회장이 애착을 가지는 와인 사업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AB인베브가 손을 잡는다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다. 정작 민감할 곳은 따로 있다. 하이트그룹이다.

      하이트그룹은 세계 판매 1위 증류주(Liquor) 참이슬(소주)과 테라(맥주)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소주와 맥주 사업보다 훨씬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라이벌'로 보긴 어렵다. 다만 롯데가 2022년 '새로' 브랜드 출시로 돌풍을 일으켰을 때는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감시의 시선이 많아 각종 사업을 펼치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주류 사업도 조심스럽게 운영해 왔다. 이런 사업이 경험있는 다른 SI로 넘어간다면 제약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주류 업계의 맹주인 하이트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롯데그룹 주류 사업에 관심을 가질 거란 소문이 돌면서 하이트그룹도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