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어캐피탈, 교보생명 지분 담보대출 실행… LP 자금 회수용
입력 2025.03.24 07:00
    코세어, 교보생명 지분 약 9.9%는 그대로 유지해
    교보생명 지분 담보 대출 형태…LP 배당 또는 상환
    코세어-교보 우호 관계 이어져…LP는 교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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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코세어캐피탈의 기관투자자(LP)들이 일부 자금 회수에 나선다. 최근 어펄마캐피탈·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다른 FI(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코세어 역시 LP들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세어 측은 금융사 대출을 통해 기존 LP들의 엑시트를 돕고, 교보생명 ‘우호 지분’은 유지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세어는 교보생명 지분 약 9.9%를 담보로 금융사에서 론(loan)을 일으켜 기관투자자(LP)에게 투자금을 일부 돌려줄 전망이다. 당초 거래 완료일은 2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현재 일부 약정 내용 등 계약 사항을 최종 조율 중이며 이르면 다음 주 거래가 진행될 전망이다.

      코세어는 지난 2007년 주당 18만 5,000원에 교보생명 주식을 취득했다. 투자금액은 약 3,700억 원가량이다. 현재 교보생명 지분 약 9.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코세어는 JP모간의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로 시작해 2005년부터는 독립계 PEF 운용사로 운영 중이다.

      이번에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5곳이다. 당초 총 7곳의 금융사가 검토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5곳이 참여하게 됐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펄마캐피탈과 GIC의 교보생명 보유 지분을 매입하는 거래에서 담보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해당 거래는 신 회장에게 담보대출을 제공한 증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졌다.

      이번 거래는 코세어가 엑시트(투자 회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분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코세어 측이 교보생명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비히클인 SPC는 그대로 유지되며, 여기에 투자한 LP들의 자금을 회수해 주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즉, 코세어 측이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LP들의 엑시트를 돕는 구조다. 해당 론을 통해 코세어 측은 LP들에게 배당을 하거나 상환을 진행하는 운용 전략을 활용하게 된다. 일종의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한 리캡(Recapitalization) 방식으로, 사모펀드가 보유한 피투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것이다. 이 차입금은 PEF가 자체적으로 활용하거나, 펀드 LP들에게 중간 배당 용도로 사용된다.

      코세어 측이 18년간의 투자 기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대출을 진행하면서까지 지분을 유지하려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인 PEF의 투자 기간은 5~7년 정도다. 이미 장기간 투자한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다른 FI들과의 분쟁을 매듭지으면서 향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코세어 측이 IPO(기업공개)를 통한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교보생명 IPO가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교보 측이 지분을 매입하며 엑시트가 이뤄질 수 있다.

      코세어캐피탈과 교보생명의 우호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과거 코세어가 교보생명에 투자할 당시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2년에는 OTTP가 주당 23만 원(총 약 4700억 원)에 교보생명 지분 9.9%를 매입하기도 했다. OTTP와 교보생명은 글로벌 ‘큰손’으로, 여러 코인베 투자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코세어 측이 교보생명 외에는 남은 투자 건이 많지 않아, LP들의 압박을 고려하면서도 펀드를 유지하기 위해 교보생명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초 어피너티와 GIC는 각각 보유 중이던 교보생명 지분 9.05%, 4.50%를 신한투자증권, 일본계 금융그룹 SBI그룹 등에 매각했다. 지난달 7일에는 어펄마가 교보생명 지분 5.33% 전량을 신창재 회장에게 매각했다. SBI그룹 또한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관계보다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의 IPO를 통한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