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확장, 승계 위한 현금인출기 된 韓 증시자금…"시간차 유증 전략"
입력 2025.03.24 16:47
    성장 앞세운 조단위 유증만 수차례…커지는 주주 피로·불만
    김동관 자사주 매입에도 3.6조 증자 실제 의도에 갑론을박
    "3형제 차익에 1.3조"에 "한화오션 실제 투입자금 회수용?"
    조기대선·공매도 재개 앞둔 시기…"너무 노골적이다"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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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의 계속되는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 피로감이 거센 반발로 돌아오고 있다. 수년 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방위산업 확장 과정에서 매년 조 단위 유상증자가 이어지면서다. 성장에 필요한 자금이란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긴 호흡으로 보면 결국 시간차를 활용해 증시 자금으로 인수합병(M&A)부터 승계까지 치르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2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일보다 7% 이상 오른 67만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3조6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주가가 13% 이상 폭락했지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3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낙폭 일부를 되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의 주식 매입으로 파장을 막아낸 듯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의 실제 배경이 무엇이냐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제 막이 오르고 있다. 

      통상 상장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평가는 확보한 자금의 활용 방식이나 대주주의 참여 물량에 따라 나뉘는 편이다. 대주주가 보유 지분율 만큼 증자에 참여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성장성이 높은 영역에 투자를 한다면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중 1조2000억원은 생산능력 증설 및 사업장 운영에, 2조4000억원은 해외 방산 생산기지 구축 및 조선업 합작투자(JV)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지분율만큼 증자에 참여하기만 하면 장기적으로는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회사가 내세운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화그룹이 방산 부문 성장성을 내세워 시중에서 확보한 자금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증자 역시 그간 한화그룹 행보와 분리해서 바라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논란이 되는 건 지난 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임팩트, 한화에너지 보유 한화오션 지분 7.3%를 취득한 사실이다. 김 부회장을 비롯한 일가 3형제 회사로 분류되는 한화임팩트, 한화에너지가 지난 2022년 주당 약 2만원대에 확보한 주식을 주당 5만8000원에 매입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주식으로 남긴 차익이 향후 승계 과정에 쓰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방산 담당 한 연구원은 "사업적 시너지는 있겠지만 결국 한화에어로 주주들이 한화오션 지분을 비싸게 사준 셈"이라며 "한화에너지와 임팩트가 남긴 차익은 최대주주인 일가 3형제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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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길게 보면 그룹이 한화오션을 품으며 부담한 자금까지 시차를 두고 시중에서 걷어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는 평이다. 

      지난 2022년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때에도 유상증자 방식을 활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 등 6개 계열사가 증자에 참여해 한화오션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했다. 한화그룹은 지분 48.16%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산업은행 지배력은 55.7%에서 27.56%까지 떨어지며 2대주주로 물러났다. 구주 인수 없이 신규자금만 채워 넣고 새 주인이 된 구조였다. 

      1년 후 한화오션은 재차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주가가 하락하며 최종적으로 확보한 자금은 1조50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시장에선 한화오션 인수부터, 추가 투자까지 그룹이 실질적인 자금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조선 업황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으니 부득이 증자에 나선다는 논리가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이 부담한 증자 대금은 약 2조4000억원.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느라 쓴 자금과 합하면 이번에 발표한 3조6000억 유상증자 목표액과 얼추 비슷해진다. 공교롭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짧게 보면 지난달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한 자금과, 더 길게 보면 한화오션 인수에 들어간 자금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돈에 꼬리표가 없어서 그렇지 시간 차이를 두고 M&A나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나중에 유증을 통해 주주 돈으로 충당하는 모양새가 되니까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달 말 예정된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해제 조치나 정치권의 상법 개정 추진, 정국불안 등 문제도 이번 유상증자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도 한화그룹의 증자 계획을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이르게 너무 큰 규모의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3월 들어 조기 대선을 겨냥해 대기업들의 대관 보폭이 빨라지는 것과도 연결 짓는 시각이 많다. 비난을 받더라도 정부가 준 공백 상태일 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라며 "기관투자가들도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