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패로 돌아간 MG캐피탈 투자…새마을금고엔 '건전성' 부담으로
입력 2025.03.25 07:00
    MG캐피탈, 21일 김병국 신임 대표이사 선임
    투자 후 PF 투자 확대 '부메랑'…GP 갈등으로 자금경색
    전임 회장 치적 쌓기용 M&A, 결국 '반 강제' 인수 결과
    당분간 모회사 지원 불가피한데…건전성 부담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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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캐피탈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자회사에 편입돼 MG캐피탈이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다만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원치 않은 시점에서 불가피하게 인수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결국 새마을금고의 투자가 MG손해보험에 이어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은 새마을금고에 건전성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당장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MG캐피탈 역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아 한동안 새마을금고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21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MG캐피탈의 신임 대표이사에 김병국 신한투자증권 전 상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M캐피탈 인수를 위한 최종 대금을 납입하고, 자회사로 편입한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새마을금고는 구체적인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새마을금고의 캐피탈사 인수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지역서민금융에 특화된 새마을금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신금융전문회사인 캐피탈사 인수를 통한 저신용 금융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기여할 여지가 있다.

      다만 새마을금고가 MG캐피탈을 인수했던 절차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시너지 측면에서의 평가는 '결과론'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투자 당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 인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현 시점에서의 인수는 새마을금고 입장에선 '반 강제적'인 인수에 가깝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새마을금고가 원하는 시점에, 제대로 된 경영 진단을 통해 이루어진 인수가 아닌, 시간에 쫓겨 강행한 인수라고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0년 효성그룹으로부터 M캐피탈을 인수하기 위해 결성된 사모펀드(PEF)에 약 60% 지분의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면서 지분 98.37%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새마을금고의 투자 이후 M캐피탈은 여신 기반을 시설금융에서 기업·투자금융으로 넓혀 자산과 자기자본이 성장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는 금리 인상기와 부동산 PF 시장 경색이 맞물리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에 더해 GP였던 ST리더스PE 경영진의 사모펀드 출자 비리 혐의도 드러났다. 실제로 최원석 ST리더스PE 대표는 M캐피탈 인수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새마을금고는 GP의 신뢰 훼손과 사법 리스크로 더 이상의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 행정안전부의 권고에 따라 GP 교체를 시도했다. 하지만 LP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며 GP 교체 시도가 무산됐고, 그 사이 M캐피탈의 재무 상황은 악화했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대부분의 자산을 담보 잡히고 대출을 받으며 급한 불을 껐지만, 갈등이 장기화하며 CP 등 시장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M캐피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자, 새마을금고는 결국 우선매수권 행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우선매수권 행사를 결의하고, 실사를 거쳐 PBR 1배 수준인 4670억원에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새마을금고로서는 이미 상당한 투자금을 투입한 상황이었고, 시간을 더 끌 수도 없어 빠르게 인수를 마무리지었다는 평가다.

      새마을금고의 MG캐피탈 인수는 지난 2012년 인수한 MG신용정보, 2013년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통해 우회 인수한 MG손해보험(전 그린손해보험) 이후 약 12년 만의 M&A다. 새마을금고가 실제 M&A에 나선 지는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지만, 그동안 시장에서 새마을금고는 M&A 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새마을금고는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권 매물이 M&A 시장에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MG캐피탈 인수를 통해 캐피탈사를 품에 안았지만, 과거에도 몇 차례 캐피탈사 인수 논의가 시장에 알려진 바 있다. 지난 2015년 신종백 당시 중앙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은행보다 캐피탈에 더 관심이 있다"라고 밝히며, 무림캐피탈 인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새마을금고가 M&A 시장에서 꾸준히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중앙회장을 위시한 경영진들의 '치적 쌓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관련 법안이 개정됨에 따라 연임이 불가능해졌지만, 그 전까지는 한 차례 연임이 가능했다. 임기 중에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고, 금융권 M&A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매물이 등장하면 일단 관심을 갖고 보는 행태가 반복되고, 철저한 사업적 검증이나 경영전략 없는 섣부른 인수로 인수 후 통합관리 역량 부족 등의 실패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매각 협상이 결렬돼 청산 절차를 밟을 위기에 내몰린 MG손해보험은 과거 그린손해보험을 새마을금고가 인수하며 MG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기본적으로 부실한 회사를 인수했던 게 화근이었다"라며 "새마을금고 회장이 되면 다들 농협 회장처럼 되고 싶어 해 당시 경영진이 채널 확보라는 명목으로 인수했지만, 결국 재무 부실이 이어지며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M캐피탈 역시 박차훈 전 중앙회장의 주도 아래 투자가 이루어졌다. 사업적 시너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기와 더불어 GP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새마을금고의 투자 이후 늘어난 부동산 PF 부실 등이 겹치면서 M캐피탈 역시 디폴트 직전 위기까지 내몰렸다. 인수 후 실적 향방을 지금 상황에서 예측하기는 섣부르지만, 적어도 투자 이후 인수를 결정하기 직전까지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MG캐피탈은 당분산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MG캐피탈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7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악화로 충당금 부담이 커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 잔액은 4210억원으로, 전체 대출자산 대비 24.3%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조만간 유상증자를 비롯해 MG캐피탈에 대한 자본확충 지원에 나설 예정인데, 새마을금고 자체의 사정도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0배 수준 확대하며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다.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7.24%로 2.1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 막 MG캐피탈이 새롭게 출범한 만큼 향후 실적을 섣불리 예단하기엔 이르지만, 새마을금고 인수 후 채권시장에서의 조달 금리가 상당 부분 내려간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마을금고의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전략을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