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에 증권사는 뿔났지만 신평사는 "긍정적" 온도차
입력 2025.03.25 15:02
    신평사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로 자금 유입되므로 긍정적"
    "㈜한화는 구체적인 내용 아직 없어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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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 증권가와 신용평가사의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증권가는 이미 많이 밝힌대로 자금조달 방식과 규모, 시기 등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큰 반면, 신용평가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증권가의 얘기는 이렇다. 유럽에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유럽산 구매)' 정책이 우선시되는 등 현지 거점이 없다면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필요한 투자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이 꼭 유상증자였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의 지분 7.3%를 매입한 만큼, 시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필수적인 선제 투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어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연간 투자 목표액이 영업이익을 넘지 않는 규모인 만큼, 자체 조달이나 차입 등 유상증자가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지분을 매입해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자금을 사용한 후 바로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일반 주주 입장에서 정말 너무한 상황"이라며 "한화오션의 지분을 가져오기로 결정할 때는 현지 생산 니즈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예측하지 못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신용평가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중장기적인 사업경쟁력이 강화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등 이번 유상증자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유상증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81.3%에서 213.7%로, 순차입금의존도는 17.0%에서 8.0%로 하락하는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유상증자는 결과적으로 기업에 현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수금이 부채로 계상돼 부채비율이 높아보이는 면이 있다"며 "재무상태가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보이는 부채비율이 높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차입으로 3조6000억원을 조달했다면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유상증자는 재무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면서 "신용등급 상향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입을 통해 투자하면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부채비율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평사들은 ㈜한화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아직 유상증자 참여 여부나 자금조달 방안, 규모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33.95%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는 유상증자에 100% 참여할 경우 약 98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재무부담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화가 참여하지 않을 리 없고,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이 줄어들더라도 ㈜한화가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율은 30.03%로, 3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