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2000억, FI 보전 2900억…물류업 침체 속 IPO 나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입력 2025.03.25 15:21
    예상 시가총액 약 5000억원대, 공모 예정액은 약 2000억원
    성숙산업 된 물류업…시장선 "더는 고성장 기대 어렵다"
    삼성·한화 유증과 시기 겹쳐…그룹 신뢰도도 흥행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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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물류산업 전반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라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국내 물류업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고, 치열한 가격 경쟁과 물동량 감소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SDI와 한화오션 등 대형 유상증자가 잇따라 발표되며 자금 분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공모주식 수는 총 1494만4322주로 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 각 50%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1500∼1만3500원이며, 공모 예정액은 1718억∼2017억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이번 IPO 과정에서 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에 약 2900억원의 차액을 보전해준다. LLH는 지난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약 2860억원을 투자하면서 향후 상장 시 공모가가 투자 단가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롯데 측이 보전하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는데, 투자 시점보다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롯데 측이 부담해야 할 차액은 공모가 밴드 하단(1만1500원) 기준 약 2913억원이다. 공모가가 밴드 상단(1만3500원)으로 결정되더라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LLH에 약 2782억원을 보전해야 한다. 내부수익률(IRR) 산정 방식에 따라 실제 부담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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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밸류에이션이 투자 당시보다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유통 및 물류 업종 전반의 주가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상대가치평가법 중 EV/EBITDA를 선택했다.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는 사업 구조와 재무적 특성이 유사한 CJ대한통운과 한진을 선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들 기업의 EV/EBITDA 평균 6.40배에 할인율 24.65~11.55%를 적용했다. 기준주가는 CJ대한통운 9만400원, 한진 1만9400원이다. 비교 기준 주가는 CJ대한통운 9만400원, 한진 1만9400원이다. 이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FI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던 2017년 6월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당시 CJ대한통운 주가는 23만 원대, 한진은 3만 원대였다.

      공모주 시장에서는 고성장 업종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물류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물류업종 전반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택배 시장의 정체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주가 반등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시장의 한정된 파이 경쟁과 해외시장 진출의 높은 장벽 역시 구조적인 한계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스몰캡 연구원은 "물류업은 코로나 팬데믹 때 잠시 반짝 반등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으며, 더이상 성장이 어려운 업종이다보니 주가 반등 여력 역시 약하다"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존 물류주와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이 없고, 업종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피어그룹인 대한통운을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시기가 겹치면서, 수급 부담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 유증이 시장의 자금을 흡수할 경우,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자금을 배분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FI에 대한 차액보전 조건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심리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유동성이 제한적인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FI는 공모가 수준을 보장받는다는 구조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번 IPO에서 FI인 LLH는 보유 지분 21.87%를 전량 구주매출로 처분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점 역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흥행 변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신뢰도가 흔들린 데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한층 더 냉정해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뚜렷한 성장 모멘텀 부재, 비교기업과 차별성 부족 같은 펀더멘털적 이슈와 함께, 시장 내 대형 유상증자에 따른 수급 부담 등이 겹쳐 수요예측 흥행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