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도 다시보자" 뉴진스·김수현 사태로 떨고 있는 엔터업계
입력 2025.03.26 07:00
    법원, 뉴진스에 '독자 활동 금지' 가처분
    아티스트-회사 법적분쟁,'승자 없는 싸움'
    논란된 김수현에 '손절'…위약금 거론까지
    계속되는 분쟁에 "법적 인프라 강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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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걸그룹 뉴진스(NJZ)와 소속사 어도와(하이브)의 분쟁, 배우 김수현의 사생활 논란 등으로 연예계에서 '계약 이슈'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예 사업이 복잡해지고, 투자 금액이 커지면서 '사건'이 터졌을 때 입는 금전적·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표준계약서' 이상의 법적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어도어 측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뉴진스 멤버 5명은 24일 법원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금지된 활동은 뮤지션으로서의 활동과 방송 출연, 행사, 광고 계약 체결·출연, 대중문화예술인의 지위·인가에 기반한 상업적 활동이다. 사실상 어도어의 승인·동의 없는 뉴진스의 모든 연예 활동을 금지한 셈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23일 홍콩에서 열린 ‘콤플렉스콘’ 공연에서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뉴진스 측은 지난해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어도어에 시정을 요구했던 사항들이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전속계약은 해지될 것이며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선언도 이례적이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각종 연예계 계약 분쟁으로 정부는 2009년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만들었다.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7년이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방적인 해지 성사는 쉽지 않다. 아이돌 비즈니스가 ‘투자금 회수’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점도 고려된 기간이다. 아이돌 한 그룹을 데뷔시키기까지 최소 수십억 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최근에는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투자하는 형국이다.

      하이브 측은 어도어 설립 당시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 뉴진스 데뷔 앨범에 이례적인 규모인 70억원을 투자했다. 데뷔 앨범의 경우 중소형사는 10억 원 내외의 투자가 들어가고, 대형사의 경우에도 70억원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법원이 뉴진스의 손을 들어줬다면, 사실상 ‘표준계약’ 근간 자체를 뒤흔드는 결정이기 때문에 업계가 매우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라며 “안 그래도 대형 엔터사는 물론이고 업계에서는 ‘뉴진스 사태’가 안 좋은 선례로 남을까 봐 걱정이 많은데, 표준계약의 효용까지 무시된다면 국내에서 아이돌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대형 기획사의 법적 싸움은 오래 이어질수록 ‘승자 없는 게임’이란 평이다.

      개인이 된 아티스트는 금전적 부담부터 맞닥뜨리게 된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뉴진스 측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민 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은 법률 비용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기획사인 하이브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주요 로펌들과 자문 계약을 맺어둔 상태다. 세종만 하이브 측과 전속 자문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 민 전 대표와 뉴진스 측 수임이 가능했다.

      활동에서 회사의 지원이 사라지는 여파도 크다. 이번 홍콩 공연도 뉴진스 측은 일부 어도어 퇴사자나 외주로 스태프를 고용해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어도어 측과 협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표나 숙박비, 헤어·메이크업 등 여타 비용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기획사들은 2~3년 계획을 잡고 있고, 이미 하이브 측은 앨범 프로듀싱 등 뉴진스 활동에 대한 라인업을 준비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계획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명의 어도어 직원들도 ‘하염없이’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계약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더욱 확실한 법적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예 사업 영역이 국한되지 않고 음악(앨범, 콘서트 등), 드라마 및 영화, 광고, 뉴미디어 등으로 넓어졌다. 계약 상대방도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이해관계자도 급격히 늘었다. 글로벌 OTT, 글로벌 레이블 등 정교한 계약 조건을 내거는 곳들이 많아졌다.

      고 김새론 유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배우 김수현의 사례도 계약 이슈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진위는 미정이지만, 미성년자 교제 의혹을 받고 있어 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두고 있는 업체들은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홈플러스도 김수현과의 광고 계약 파기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인데, 이 경우 오히려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광고 계약에서 모델 측의 과실도 계약 파기 사유지만, 회사의 파산도 파기 사유여서 ‘쌍방 과실’인 셈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는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시리즈 ‘넉오프’ 공개를 보류했다. 6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넉오프’는 시즌 2까지 대부분의 촬영을 마쳤고, 이르면 다음 달 공개될 계획이었다. 투입되는 금액 단위가 커지면서 법적 근거에 따라 위약금이 천문학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고, 아직 법적으로 김수현 측의 '과실'이 정확히 증명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위약금을 거론하기에 이르다는 시선이 있다. 

      김새론의 전 소속사이자 김수현이 이종사촌형과 함께 설립한 연예 기획사 골드메달리스트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복귀를 준비 중이던 김새론에게 7억원 변제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당 이슈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도 완벽하게 법적 안전판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이후 계약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면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잘못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아티스트 권리를 보호하고, 업계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는 에이전시 법안 Talent Agencies Act (TAA)를 통해 연예 매니지먼트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에이전시는 반드시 캘리포니아주의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하며, 무등록으로 중개 활동 시 불법으로 간주된다.분쟁은 보통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며, 위법 시 징계 또는 제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