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높아지는 월세 비중…한국 부동산 대책 수혜자로 떠오른 글로벌 펀드
입력 2025.03.27 07:00
    서울 월세 비율 60% 첫 돌파
    오락가락 규제에 서울 집값 상승
    자금력으로 임대 시장 진입하는 외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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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혼란스러운 부동산 정책 속에서 월세 비중이 늘어나자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커질 거란 분석이다. 월 수백만원 상당의 월세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미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글로벌 자본이 큰 수혜를 입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국내 월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 시장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우려가 크다. 아울러 정부는 2035년까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1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서울 주택 임대차 거래 82만건 중 월세 비율은 60.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2021년 44.3% ▲2022년 53.3% ▲2023년 56.2%로 빠르게 늘었다. 특히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율은 69%로 최근 5년 평균(52%) 대비 17%P 급증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랐다. 1인가구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면 월세 비중은 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집값 안정화가 요원해 보인다는 점도 임대주택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지 34일만에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내 전체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자치구 단위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지정 이유는 저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거래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시점도 맞물리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숨통이 트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2%로 한 달 전 상승률 0.02% 대비 10배 올랐다.

      이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가 시작되고 풀릴 때마다 실거주와 투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있는 한국 부동산의 특성상 가격이 요동친다. 십수년간 각 정권에서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 외국계 투자자에는 기회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원화 저평가 현상이 이어지는 점도 매력이다.

      이미 글로벌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서울 강동구 길동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을 시작으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 서울 성북구 안암동 등에서 임대주택을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KKR은 작년 상반기 홍콩계 공유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영등포구 양평동 호텔을 프리미엄 레지던스로 전환했고, 동대문구에는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였다. ICG, 하인즈(Hines)도 사업 투자를 시작했다. M&G리얼에스테이트, 티시먼, 블랙스톤 등은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인 수익 모델은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펀드 자금으로 건물을 매입하거나 개발하면 전문 운영사(OpCo)가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임차인이 장기간 내는 비싼 임대료를 기반으로 부동산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 미국, 일본 등과 같이 한국에서도 월 수백만원 상당의 월세가 보편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투자자는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대비 운영 비용이 높은 편이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이슈'에 엮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월세가 부담된다는 여론이 생기면 주거비용을 올리는 '악덕 투자자'로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국내 정치 논리에서 자유롭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규제에도 불구 '부동산 불패신화'가 자리 잡아 서울 집값이 잡힐까 섣불리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혼란스러운 집값 등락에 외국계 투자자가 큰 혜택을 볼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