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美 역대 최대 투자 평가는? "디테일은 파악하기 어려운 호재"
입력 2025.03.27 07:00
    연이은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디테일 따라가기 어려운 투자자들
    美 시장 확대에 외국인 CEO까지
    韓 비사업적 압박 차단 가능성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세'로 화답했다. 다만 현대차가 기존에 발표했던 투자 계획에서 어떤 점이 겹치고 새로운지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고 24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 부문(63억달러)에 투자를 집행한다.

      이번 '통 큰' 투자로 현대차가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현대차가 발표했던 투자 계획들의 시기가 겹치다 보니 어떤 계획이 '뉴팩트'인지 알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례로 현대차는 지난 2022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어 중장기 전동화 가속화 전략 및 재무 목표를 발표했다. 이날 현대차는 2030년까지 9년간 총 95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에 39조1000억원 ▲설비투자(CAPEX)에 43조6000억원 ▲전략 투자에 12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이 중 전동화 투자비는 총 19조4000억원으로, 내연기관차 믹스 개선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등 내부에서 창출한 현금을 재원으로 R&D 및 전용 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미국 현지 전동화 투자와 생산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EU) 시장과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50%를 선언한 미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판매가 집중되는 시장 중심 생산 최적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미국 전동화 투자와 생산 계획은 근시일 내 다시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연간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올해 자동차 부문에 16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R&D 6조7000억원 ▲CAPEX 8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6000억원이다.

      물론 시기가 지날수록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계획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연이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 투자 기간, 투자 지역, 투자 규모 등 기준이 바뀌니 투자자가 세부 사항을 알기는 어렵다.

      현대차는 "이번에 발표한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은 기존에 현대차가 제시했던 투자 계획에서 어떤 내용이 추가됐고 변경됐는지 발라낼 수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3위 현대차가 국내 시장의 비사업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예로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동조합 이슈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관세라는 대의명분으로 미국 투자 결정이 더 용이했다는 추측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는 지난 1월부터 공식 취임했다. 최초 외국인 CEO다.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과 무관한 안팎의 압력을 일거에 차단할 수 있는 '한 수'라는 반응이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관가에서 호세 무뇨스 대표 선임을 예의주시했다"며 "그러나 현대차는 해외 시장을 강화하는 만큼 리더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모습이니 명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