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민병철 체제서 정익수 대표 입지 모호
중량급 인사 이탈설에 他 글로벌 PEF들도 어수선
옮기기 좋은 시절이냐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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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부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이르기까지 각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출자자(LP)와 금융사들이 보수적인 시각을 들이대면서 한국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회사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시장에선 박태현 대표 등 주력 인력들의 이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박태현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며 MBK파트너스의 씨앤앰(현 딜라이브) 인수 등을 자문했다. 2011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했고, 2019년 대표로 승진했다. MBK파트너스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기 리더로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박태현 대표는 업무에서 손을 뗀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박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미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으며 안식년 형태로 쉬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회사를 떠났다고 보고 있다. 그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고, 이 때문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눈밖에 났다는 해석이다. 지오영, 커넥트웨이브 관리부터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인수까지 박 대표가 주도한 건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진하 부사장도 고려아연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몇 안되는 인사로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06년 MBK파트너스로 합류했다. 현재 여러 업무를 맡고 있는데 '소신 발언'의 여파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이 부사장이 최근 서울대 동문회 등 대외 모임에 적극 얼굴을 비추는 것도 시선을 끌고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이들 파트너가 고려아연 투자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낸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지만 민병철 한국 총괄대표가 전면에 나선 후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인수하고 교보생명 투자회수에 성공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김의철·김형준 부대표가 파트너로 승진하며 민병철 대표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
새로운 인원채용도 검토됐다. 시장에서는 네이버 CFO를 3년간 역임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의 어피너티 조인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다만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났다.
이런 과정에서 정익수 한국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정 대표는 현대카드 지분투자 등 실적을 쌓고 2022년 파트너 승진 후 한국 대표를 맡아 왔다. 그러나 현대카드 회수를 마치고 교보생명 문제도 정리되면서 역할이 모호해졌다. 작년 민 대표는 정 대표를 주요 의사 결정 라인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아직 파트너 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결별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 내부가 어수선하니 다른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덩달아 들썩였다. 여기에 일부 해외 PE들에서 '인재'를 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이적설에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 사모펀드 운용사 힐하우스캐피탈이 한국내 대표를 찾는다는 소식이 나왔다. 블랙스톤이 대표급 혹은 중량급 인사를 영입하려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시기적으로도 지난해 성과에 대한 보너스 정산이 끝난 직후인 1분기다보니, 각종 이적설들이 더욱 확산됐다.
이정우 베인캐피탈 한국 대표는 가장 자주 거론된 인사다. 주요 글로벌 PEF 인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다. 카버코리아 투자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냈고, 휴젤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카버코리아 때는 베인에 합류한지 오래되지 않아 성과 대비 많은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휴젤 때는 적잖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배경으로 시장에선 자주 베인캐피탈을 떠난다거나 전문가들을 모아 새 PEF를 차릴 것이란 이야기가 회자됐다.
다만 본인은 여전히 이적설 등에 손을 내젓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시각은 반반이다. 그간 성과와 탄탄한 입지를 감안하면 굳이 지금 움직이려 하겠냐는 평가, 반대로 현재 베인 내부사정을 감안하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섞여 있다.
블랙스톤 국유진 한국 대표도 자주 거론된다. 지오영 매각, 제이제이툴스 인수 등 성과를 냈지만 블랙스톤이라는 이름의 글로벌 위상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최근 국 대표의 공식 행보가 뜸해진 가운데 블랙스톤이 시장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적설이 거론됐다. 시장에선 대상그룹 계열 UTC인베스트먼트가 국 대표의 차기 행선지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 대표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다. 임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상무가 당시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차녀 임상민 상무가 2015년 국 대표와 결혼했다.
어피너티 한국총괄대표를 맡았던 이상훈 전 대표는 이런저런 이적설이 돌았으나 본인이 직접 회사를 차렸다. 경업금지 기간을 보낸 후 시장으로 돌아와 PEF 운용사 '케이던스캐피탈'의 등록 절차를 마쳤다. 다른 어피너티 올드보이들의 행보는 수시로 관심사가 됐는데 창업자 박영택 전 회장 역시 꾸준히 PEF 설립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외에도 2023년 베어링PEA (현 EQT파트너스) 대표자리에서 물러났던 김한철 전 대표도 역시 투자 시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페이퍼ㆍMSS홀딩스 매각과 스킨이데아 인수를 성사시킨 모건스탠리PE 정회훈 대표도 잠깐 이적설이 돌았으나 사내 입지가 탄탄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상당수는 '70년대 후반 출생, 90년대 중반 학번'의 비슷한 나이대로 일찌감치 PE업계에서 일하며 실무경험과 회사관리까지 맡은 이들이다. 한국 사업을 책임져줄 젊은 대표급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에 부합하는 인력풀이 워낙 뻔하니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적설이 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 적당히 실적을 쌓은 후 새 길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지금이 이직하거나 새로운 펀드 운용사를 차리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단 최근 글로벌 PEF들 사이에서 한국은 성장성은 없는데, 거래 배수는 높은 '계륵' 같은 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연히 한국 사무소에 대한 지원이 박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고 글로벌PE의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펀드를 결성한다고 할 경우, 이미 기존 펀드들과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투자자(LP)모집과 펀드레이징,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PEF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PEF 사이에서 이적설이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PEF 관계자는 "몇 년 뒤에야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들이라도 당장 소문으로 먼저 확산하는 법"이라면서도 "다들 언젠가 자기 사업을 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