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FI 지분 인수 나서는 VIG…국내외 금융사·LP '온도차'
입력 2025.03.28 07:00
지분 약 40% 보유한 FI 투자자 교체 나서
산은 인수금융 참여할 듯…신한銀도 검토
韓보수적 기조에…무바달라 등 해외 접촉
규제 정치 리스크 여전…"쉽지 않은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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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2조원대 중반의 자금 모집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차가 감지된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국내 LP(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VIG 측은 플랫폼 투자에 우호적인 해외 LP들 위주로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카카오모빌리티 소수 지분 투자를 위한 투자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 VIG 측은 TPG(29.04%), 칼라일(6.18%),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5.35%) 등 카카오모빌리티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지분 약 40% 이상을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VIG 측은 금융권 및 기관투자자(LP)들에게 참여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이 완료된 5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일부 사용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LP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약 5조 원대 중반으로 평가할 경우, 해당 지분 매입에는 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융만 약 1조원대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산업은행이 가장 많은 물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신한은행도 대주단 참여를 고민 중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이 양호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다수의 금융사가 거래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직전 해 연간 영업이익은 387억원이었다. 경쟁사인 T맵택시 등이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택시 호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점도 고려된다. 

    다만 일부 금융사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각차와 정치적 상황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거래 참여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 거론되는 몸값이 투자자들에게 쉽게 설득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인수금융 조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첫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 사태 등으로 인해 LP들의 한국 투자 기조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한 점은 펀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VIG 측은 해외 LP 위주로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VIG 측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에 투자 의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LP들이 플랫폼 비즈니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업계와 수수료 갈등을 겪는 등 정치적 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규제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최근 국내 금융권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비해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택시사업 구조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검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회사의 ‘콜 몰아주기’ 및 분식회계 의혹 등을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을 결론짓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향방과 관련해 정치적 환경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기 대선 실시 여부를 포함해 향후 정치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사건으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 주주는 지분 57.3%를 보유한 카카오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권 거래를 추진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FI를 교체하고 추후 VIG 측이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투자자들이 검토하고 있고,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이 고려되지만, 여러 상황상 난이도가 높은 딜이라 펀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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