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는 찬바람 부는데 GBD는 과열…LP까지 등판한 현대모비스 본사 매각전
입력 2025.03.28 07:00
    SI타워, 6개 운용사의 각축전 끝에 이지스운용 품으로
    1999년 준공·낮은 NOC에도 상당히 높은 가격에서 거래
    이지스운용은 주요 출자자인 교공까지 인터뷰에 대동
    CBD 투심 위축과 대조…도심 오피스 매물들은 흥행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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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윤수민 기자)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중심업무지구(CBD)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강남업무지구(GBD)는 오히려 투자 열기가 고조되며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본사 'SI타워' 매각 입찰이 예상보다 흥행하면서, 서울 오피스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KB자산운용과 매각주관사 JLL(존스랑라살)코리아-컬리어스코리아 컨소시엄은 SI타워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9개 자산운용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벤탈그린오크(BGO)는 별도로 인수 의향을 표명했다. 총 10개 운용사가 매각전에 뛰어든 것 자체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매각가가 8000억~9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물건임에도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이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남의 2만평 규모 오피스빌딩은 앞으로 나오기 어려운 희소성 높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각 과정에서는 운용사들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인터뷰 전 인수의향서 제출 단계에서 가장 업계의 이목을 끈 곳은 교보자산신탁이었다. 입찰 참여자 중 평당 42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평당 3900~4100만원 수준에서 가격을 제안했기 때문에 평당 매각가 4000만원 선을 넘을지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인수의지가 강했던 운용사들은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제안가를 평당 44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업계에서는 이지스운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SI타워 평당 매각가가 삼성화재 본사였던 더에셋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해 놀라웠다"라며 "SI타워는 준공 후 30년에 가까운 건물로, 리모델링이 필요하고, 전용면적당 비용(NOC)도 낮다. 작년 최대 규모 거래인 더에셋과 비슷한 가격이 형성된 것은 그만큼 강남 오피스빌딩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지스운용이 주요 출자자인 교직원공제회 관계자까지 인터뷰에 대동했다는 사실이다. 매각자 측에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지스운용은 이번 거래에서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와 자사 리츠를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지스운용이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든 카드를 썼다"고 평가했다.

      SI타워 매각의 열기와 대조적으로,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은 심각한 침체기에 빠져있다.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광화문·남대문·명동·을지로 일대 CBD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어서다. 현재 CBD 물건들은 각 금융사의 투자심의위원회 통과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BD에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된 상황에서 당분간 이 지역 오피스빌딩 투자를 자제하라는 내부 방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현재 CBD에서는 센터포인트 광화문, 시그니쳐타워, 타임워크 명동 등 여러 매물이 물밑에서 매수자를 찾고 있지만, 매각 주체들은 거래 성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CBD 최대 매물로 주목받던 서울파이낸스타워(SFC) 매각이 무산된 것이 시장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켰다는 분석이다.

      SI타워 입찰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외국계 투자자들도 CBD 오피스빌딩 투자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당분간 서울 내 오피스 시장의 지역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 SI타워 입찰에는 거캐피탈파트너스, BGO, M&G리얼에스테이트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참여도 활발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