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에 또 다시 널뛰는 리서치 '목표가'…리포트 불신 '재점화'
입력 2025.03.28 07:00
    대규모 유상증자에 증권가, 일제히 목표가 하향
    DS證은 목표가 상향 이틀만에 92만원서 75만원
    단기 반응 쫓으면 '트레이딩'과 다를 게 뭐냐 지적
    외국계는 EPS 희석 인정하면서도 목표가 상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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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나섰다. 이는 유상증자 발표 전, 주가가 고공행진하자 몇 주 간격으로 앞다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장기적인 기업의 펀데멘털(기초역량)에 기반해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고 목표주가를 산출해야 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유상증자'라는 단기 이벤트에 좌우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증권사 스스로가 '리포트 불신'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장 마감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후, 증권가는 일제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하거나 투자의견을 조정했다. LS증권은 81만원에서 73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78만원에서 70만원으로, DS투자증권은 92만원에서 7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는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이는 불과 한 달 전과만 비교해도 정반대인 양상이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스의 주가 상승세거 워낙 가파르다보니, 증권가에서는 사후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후행 조정'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 바 있다. 실제 주가가 증권사에서 제시한 목표가를 불과 며칠, 혹은 몇 달만에 뛰어 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이 사후적으로 목표가를 큰 폭으로 올려잡은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목표주가를 92만원에서 75만원으로 큰 폭으로 하향한 DS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9일 목표주가를 92만원으로 상향조정한 뒤 불과 이틀만에 목표가를 하향했다. 19일 제시한 목표가 역시 올해 1월 직전 목표가인 44만원 대비 109.1% 올려 잡은 수치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두고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널을 뛰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목표가가 유상증자와 같은 단기 이벤트에 조정되면, 단기 시장의 반응을 쫓는 '트레이딩'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 발표 전에도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말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일부 조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그때도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실적 등을 근거로 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고, 오히려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당초 목표가를 산정할 때, 유상증자 가능성을 고려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아무리 기업과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애널리스트라 할 지라도 이번 유상증자는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여유 자금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쓰고 신규 투자금은 주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따라 붙는 것 역시 사실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 확장 계획이 일면 예고된 상황이었기에 처음부터 추가 자금조달 리스크를 밸류에이션 모델 안에 어느 정도 반영했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증권사가 단기 쇼크와 장기적인 펀데멘털 사이에서 평가 균형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로는 지분 가치 희석과 그에 따른 주가 하락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다면, 단기적으로 목표가를 조정하는 것이 외려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목표주가 산출에 있어서는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70만원에서 82만원으로 상향했는데, 유상증자로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13% 가량 희석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증자 이후 회사의 제품 및 지역 다변화 전략과 여전히 강한 육상 시스템 수주 전망 등을 이유로 들었다.

      JP모건 역시 95만원인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JP모건은 "자본 조달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라며 "회사는 글로벌 기회와 제약을 이해하고 있고, 이번 투자는 그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단계라고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투자자는 "증권가의 목표가를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투자를 할 때 참고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목표가가 수시로 조정되고, 유상증자와 같은 단기 이벤트에 큰 폭으로 하향되면 해당 리포트가 제대로 기업 분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시장 이슈에 따라 '맞춤형' 리포트를 내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에 불신이 커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