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중국 의존도는 높지만 불확실성은 낮아
완성차 업계, 관세 전가 폭 제한적…보수적 투자 이어질 것
2차전지, 미국의 중국 견제 긍정적…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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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련해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관세 비용 전가가 필요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27일 개최한 '트럼프 2.0 매크로 및 주요 산업별 영향과 전망' 세미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현황과 신용도 모니터링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기평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반도체 육성과 대중 견제라는 큰 틀의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기존의 보조금을 통한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기조에서 통상 압박을 활용한 부분적 시장 주도 육성 전략으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넘어 AI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공정까지 아우르는 완결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내에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 역시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현수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의 투자규모 등을 고려하면 칩스법의 수정 여부에 따른 재무 부담이 확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심화함에 따라 수출 기반이 약화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진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제재가 주로 DRAM을 향해 있기때문에 불확실성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투자 규모가 삼성전자의 10%, 마이크론의 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칩스법 수정에 따른 리스크도 경쟁사와 비교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SK하이닉스에 대해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는지, HBM4에서도 현재와 같은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겠단 입장이다.
당장 내달 3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될 자동차 업계에 대해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관세 전가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역시 정책 불확실성이 크고, 대규모 투자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라인 효율화와 저관세 적용 국가의 생산설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경률 한기평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적극적인 비용 전가를 추진하면 고객들이 완성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이연하고, 중고차 구매로 옵션을 변경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전체가 위축할 수 있다"면서 "투자도 즉각적인 대규모 투자보다 보수적인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에 대해 관세부담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투자 집행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와 관세 대응력을 어느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하반기 이후 캐즘과 중국업체와의 경쟁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차전지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앞서 한기평은 지난해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SKIET 등 주요 2차전지 업체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기조상 IRA 핵심 조항이 수정되거나 혜택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기평은 공화당 지역 내 투자가 집중된 점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셀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18.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3사(CATL, BYD, CALB)의 합산 점유율은 44.4%에서 59.5%로 상승했다. 이에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고전압 미드니켈이나 LFP 등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고 대체 수요처를 확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경률 연구원은 미국이 관세를 통해 대중국 견제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국내 2차 전지 기업들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7.5%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던 중국산 ESS 배터리도 2026년부터 25%로 상승함에 따라 2026년부터는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의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이고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중장기적 전략과는 별개로 단기 재무부담 통제 여부가 신용도 평가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정기 평가 시기에 주요 업체들의 재무부담 완화 계획과 실제 이행 상황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전반의 신용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