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매수'로 고려아연 정기주총 이긴 최윤범…MBK·영풍 남은 카드는
입력 2025.03.28 14:40
    주총 직전까지 이어진 영풍 의결권 전쟁
    주식배당과 추가매수로 치열한 공방전 끝에
    영풍 의결권 제한·이사 수 19인 상한안 통과
    향후 법정 다툼과 공정위 조사는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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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치열한 경영권 분쟁의 격전지였던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주총 직전까지 벌어진 추가매수 논쟁 끝에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 등 핵심 안건이 통과됐다. 다만 영풍·MBK 측의 법적 대응과 향후 임시주총 소집 가능성 등으로 경영권 분쟁은 올해 장기화될 전망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양측간 치열한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개회 예정 시간은 오전 9시였지만, 약 3시간 지연된 이후에야 겨우 개회를 선언할 수 있었다.

      주총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은 영풍의 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였다.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SMC를 통해 영풍 지분을 취득해 의결권을 제한했으나, 법원이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SMH가 영풍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영풍은 유한회사 YPC에 고려아연 주식을 현물출자하며 맞섰다.

      양측은 주총 직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영풍은 27일 저녁 자사 정기주총에서 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실시해 SMH의 영풍 지분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주총 시작 직전 SMH가 케이젯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1350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렸다. 

      결국 영풍 의결권 제한으로 고려아연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은 의결권 있는 총 발행주식 수 대비 62.8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로써 최 회장은 영풍·MBK 연합이 추천한 17명의 이사 후보자들이 이사회에 대거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최윤범 회장 측의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정관 변경 안건들도 통과됐다. 

      일단 최 회장 측이 일단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최종 결론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법원의 판단과 공정위의 조사 결과, 그리고 향후 열릴 수 있는 임시 주총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풍·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약 41%)이 최윤범 회장 측(30%)보다 높다는 점은 분쟁 장기화의 핵심 요소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시 주총이 열릴 경우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핵심 안건에 찬성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영풍·MBK 연합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영풍·MBK 연합은 이미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했고, 임시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에 이번 정기주총 관련 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한화 주식을 이사회 결의 없이 저가로 한화에너지에 처분했다며 최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과 자회사 간 순환출자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조사 결과도 향후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아침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직후 영풍이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는 소식에 7.27% 급등하며 9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내 급락해 오후에는 82만6000원으로 전일 대비 약세를 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 이후에도 내달 열릴 영풍 임시주총 등 여러 이벤트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최윤범 회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MBK와 영풍 측이 임시주총을 열어 또 이사진을 바꾸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커 이번 주총은 분수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