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에 비우량채 '유탄'...SLL중앙 리테일 물량 대거 이탈
입력 2025.03.31 07:00
    BBB급 SLL중앙, 리테일 시장서도 외면
    홈플러스 사태로 얼어붙은 투심 영향
    리테일 주문 2건…1년 만 10분의 1 급감
    올해 회사채 만기 790억…차환 부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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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의 여파가 기업어금(CP)과 단기채권에 이어 회사채 시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리테일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BBB등급의 회사채들도 최근 수요예측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한 SLL중앙(신용등급 BBB)은 일부 트렌치에서 미매각이 났다. 구체적으로 1년물 150억원에서 120억원의 주문만을 받아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2년물 250억원도 260억원이 들어와 겨우 목표치를 맞추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했던 증액발행도 무산됐다.

      SLL중앙은 리테일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회사채들 중 하나다. 비우량 회사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메리트로 개인 투자자들이 리테일 창구에서 많이 찾았다. 다만 올해는 홈플러스 사태의 여파로 상황이 반전됐다. '언제 또 홈플러스 사태가 재발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가 있는 비우량채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한 SLL중앙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투자매매중개업자로 들어온 주문은 1년물과 2년물 각 1건씩에 그쳤다. 이는 불과 1년 전이었던 지난해 1월 회사채 수요예측과 크게 대비된다. 지난해에는 1년물과 2년물에 투자매매중개업자로 총 20건의 주문이 몰린 바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리테일 수요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모양새다. 

      투자매매중개업자는 증권사의 주문을 뜻하며, 통상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해 향후 개인 투자자들에게 셀다운하기 위한 목적이 많다. 리테일 부서가 아닌 증권사 고유자산운용(트레이딩) 부서가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채 발행 주관사 관계자는 "SLL중앙은 비우량 회사채지만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금리 메리트도 있는 만큼 리테일 시장에서 잘 팔리는 회사채 중 하나"라며 "다만 올해는 홈플러스 사태의 여파로 리테일쪽 수요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하이일드펀드 운용사의 주문으로 겨우 물량을 맞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250억원 모집에 260억원의 주문을 받은 2년물은, 리테일 주문은 80억원에 그쳤지만 하이일드 펀드 운용사의 물량인 운용사(집합)과 연기금, 은행, 보험 등 기관들의 주문이 180억원가량 들어오며 간신히 미매각을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데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미디어·콘텐츠 업종인 SLL중앙의 경우도 유통 업종인 홈플러스와는 다르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투심 자체가 신용 리스크가 있는 비우량 채권 잔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이유로 현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하림지주(신용등급 A)도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A나 트리플B 등급의 발행사들이 발행 계획을 접거나 일부 수정하고 있다"라며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하림지주 역시 홈플러스 사태와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반응이 신통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회사채 증액 발행에 실패한 SLL중앙은 상장 전까지 차환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채비에 들어간 SLL중앙은, 당초 지난해까지 상장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적자가 지속하면서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미뤄둔 상태다.

      올해만 약 79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에 회사채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전액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 차환을 위해서는 올해 중 다시 한번 회사채 시장을 찾거나 차입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올해는 흑자 달성이 절실하지만 차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