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트랙 변경 가능성 높지만 다른 특례도 적용 쉽지 않아
중복상장 논란 확산에 LS 회장 발언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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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심사를 철회한 뒤 재도전을 준비 중인 LS이링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상장 당시 이익미실현 특례(일명 '테슬라 요건')를 적용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거래소가 해당 요건의 취지에 LS이링크가 적합한지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LS 계열사의 잇단 상장 시도에 따라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부담감이 커졌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LS는 외부투자 유치를 통한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대한 주주환원책 제시가 먼저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LS이링크는 지난해 8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4개월 만인 12월,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거래소는 45영업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3개월 안팎으로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LS이링크는 4개월 가까이 소요돼 이례적으로 지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공모주 시장의 급랭과 12월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외부 여건도 작용했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거래소 내부 분위기가 LS이링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특히 LS이링크가 테슬라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심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LS이링크는 2022년에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 상장 추진 당시 사실상 2023년 한 해의 실적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코스닥 일반 상장을 위해선 통상 2~3개년치 재무 성과가 필요한데, 설립 연한이 짧아 회계연도 기준을 채우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기술특례나 성장성 특례의 경우에도 적용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결국 테슬라 요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제는 LS이링크가 상장 추진 당시 '이익'을 실현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2023년 LS이링크는 매출 28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기업을 전제로 하는 '이익미실현' 특례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요건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고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의 증시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특례 규정이어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내부에서 LS이링크는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 요건을 활용하려 한 점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선 LS이링크가 이번 재도전 과정에서는 테슬라 요건이 아닌 다른 상장 경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 등 다른 트랙 또한 적용이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LS이링크는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로, 모회사인 LS그룹이 전력 인프라와 전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IR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도 낮은 데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LS그룹의 연이은 계열사 상장 추진 역시 LS이링크 재상장 타이밍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KOC전기, LS이링크, SEABL, LS MnM 등 여러 계열사의 IPO를 연달아 준비 중이다. 이 중 LS에식스솔루션즈와 KOC전기는 이미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했으며, LS이브이코리아는 2020년 상장 계획을 접었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상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내놓은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예전에는 중복상장이 문제 되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이후 해당 기업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 LS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철회에 나선 LS이링크가 상장을 재추진해야 하는데, 여러 부정적인 일들이 겹치며 주관사들도 머리가 복잡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