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코람코 대상으로 유동화 방식·가격 제안 받아
재원 확보 위한 자산 효율화 목적…조단위 규모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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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수도권에 보유 중인 비핵심 부동산을 대규모로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근 잇따라 통 큰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이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선 아니냐는 해석이다.
관련 업무를 담당할 운용사를 이달 초 선정할 예정일 가운데,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KB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주요 금융사들로부터 부동산 유동화 관련 제안서(PT)를 제출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일부 자산운용사들에게 서울 및 수도권 소재 하이테크센터를 비롯해 지방 정비소 부지 등 약 20~30여개 자산의 유동화 의향을 타진했으며, 구체적인 대상 자산과 유동화 방안을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유동화 자산 규모는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핵심 가치 자산으로 평가받는 서울 남부 하이테크센터는 노량진에 위치해있고 연명적이 약 8500평에 달해 투자매력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서울 동부, 북부, 고양, 인천에 위치한 하이테크센터들도 유동화 대상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매각 대상 및 방법은 정해진 바가 없어 제안을 주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룹은 미래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 1월 연간 가이던스에서 올해 자동차 부문에만 16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으며, 3월에는 2028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도 주요 자금 소요처다. 현대차그룹은 GBC 건립 계획을 당초 105층(561m) 1개 동에서 54층(242m) 3개 동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한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겠지만, 여전히 조 단위의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 작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년간 부동산 유동화 등 자산효율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에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여러 자산운용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기도 했다. 기업들이 리츠를 설립해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시도한 사례도 현대차그룹의 검토 과정에 참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PT 결과를 통보하고 실무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보유 자산 규모가 상당한데다, 사업성 있는 부지가 적지 않은만큼 선정 결과에 따라 부동산 투자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명확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올해 부동산 시장의 빅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