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세일앤리스백에 '회생담보권' 언급…채권 조정 우위 점하려는 꼼수?
입력 2025.04.02 07:00
    '임차료 비싼 곳, 회생담보권 처리'
    임대인 소유자 지위 모호해질 수도
    임차료 인하 등 협상카드 활용할 듯
    확립된 관행과 달라 수용 어려울 듯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서 '세일앤리스백'(S&LB) 계약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상 부동산 임차료는 공익채권이나 일반 회생채권이 되지만 홈플러스는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동산을 진성매각(True sale)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은 홈플러스 측에 있고, 임대채권자들은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안에서 남의 부동산을 담보로 활용해 권리 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유권이 넘어간 자산을 팔지 않았다고 볼 법리적 근거가 없고, 이를 회생담보권으로 본 사례도 없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채권 조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전체 매장 중 절반 가량을 임차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점포 매각 후 다시 빌리는 S&LB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말 그대로 점포 소유권은 투자사에 넘기고, 홈플러스는 임차인으로써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생절차에서는 이 임차료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집중하게 된다.

      임대차 계약은 서로 의무를 갖는 계약(쌍무계약)이다. 회생기업의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상대방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행 청구를 위해선 채무를 먼저 이행해야 하고, 이는 계약을 유지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보통 임대료는 공익채권으로 수시 변제 대상이 된다.

      계약을 해지할 때는 잔여기간 동안의 임차료 전부가 회생채권으로 오를 수 있다. 사실상 해당 점포의 사업을 접겠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영업 악화 중에 부실 점포를 유지하는 것도, 부정적 여론 속에 점포를 닫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런 고민은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도 엿보인다. 신청서에는 S&LB 방식으로 매각한 점포 중 차임이 과다한 곳에 대해 [계약해지권을 활용한 후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적시돼 있다.

      통상의 절차와 달리 임대인을 소유자가 아니라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신청서의 문구는 매장 소유자는 홈플러스고, 홈플러스는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렇게 보면 홈플러스는 임대인의 채권을 해당 매장의 담보가치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임대차 계약 이행이나, 계약 해지에 따른 점포 축소 여부까지 법원의 판단 아래 해결하게 되니 부담이 줄어든다.

      홈플러스가 회생담보권을 임대인에 대해 임대료 인하 등 거래 조건을 변경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임대인은 당장 점포 소유권자의 지위를 놓게 될 수 있다는 점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채권자들은 홈플러스에 대해 임대차계약의 해지나 이행 여부에 대해 확답할 것을 요구(최고)하고 있다. 회사는 아직 별다른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어떤 답이든 S&LB 계약상 권리관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회생담보권 주장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부엔 최고를 철회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계약 해지나 이행의 답을 하는 것은 계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회생담보권 주장과는 배치가 된다"며 "홈플러스도 쉽게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례적인 문구가 들어간 배경에 주목한다. 

      홈플러스 법률대리인은 '회사 측의 설명에 따라'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자문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역시 회생절차 신청 후에야 사안에 관여했다는 입장이다. 법리적으로는 계약의 존재나, 소유권 이전 등을 따질 사안이 아니다. 회계적으로 '진성매각' 여부를 거론하는 모양이다 보니 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하며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의도가 어떻든 홈플러스의 회생담보권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원과 회생절차에서는 S&LB을 예외없이 진성 매각이자 금융리스 계약으로 인정해왔다. 법원이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주는 등 유연하게 절차를 이끌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립된 관행을 깨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회생절차 전문가는 "상거래채권을 모두 변제하고 사업을 정상운영하겠다면 계약 이행을 선택하면 되는데 회생담보권같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결국 이번 기회에 임차료를 깎아달라거나 부담을 전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