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거래 '일단' 불투명
해외 투자자 진성 의지 '글쎄'…결국 M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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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대 몸값으로 올해 국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거래들의 인기가 예상보다 저조한 분위기다. 국내 시장에서 조 단위의 거래에 존재감을 보이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잠잠해진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의지가 높지 않은 분위기인데, 국내 대형 PEF들은 MBK 사태로 덩달아 눈치를 보고 있다. LP(기관투자자)들의 투심도 위축된 상황이라 당분간 PEF들이 빅딜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 최대주주인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은 최근 클래시스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JP모건이다. 예비입찰에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글로벌 PEF와 전략적 투자자(SI) 투자자 등이 포함됐다. 유력 인수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본 실사를 진행 중이고, 이후 최종 입찰을 거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시스 거래를 검토한 FI들로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워버그핀커스를 비롯해 중화권 펀드인 힐하우스 등이 거론된다. 딜 규모가 있다 보니 애초부터 국내보다는 해외 펀드들 위주로 잠재 인수자가 예상된 바다. 국내에서는 해당 규모의 거래에 나설 수 있는 곳은 MBK파트너스 정도가 꼽힌다.
실제 클래시스 인수 의지를 가지고 검토에 나선 곳은 워버그핀커스 정도가 꼽히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몸값이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약 61% 기준 경영권을 포함해 최소 2조원대 중후반이 거론되고 있는데, 높은 몸값에 시각차가 크다는 평이다. M&A가 성사될 경우 K-뷰티 역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다. 클래시스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97억원이다. 희망 매각가가 3조원이라고 치면, 20배에 달하는 멀티플이 적용되는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클래시스는) 몸값이 너무 높아 진성 의지를 가진 곳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워버그핀커스가 최근 국내 시장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여러 투자 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유력 인수자로 꼽히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거래도 당장은 결과가 불투명하다. 앞서 CJ 측이 바이오사업 매각에 나설 때부터 MBK 측이 사실상 잠재 인수자로 거론됐는데, 협상이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이달 초 MBK 측이 5조원대를 제시하며 협상 재개에 나섰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거래 진행은 쉽지 않다는 평이다. 당시 MBK 측이 홈플러스 회생 신청 사태로 이슈가 생기면서 '시선 돌리기'용으로 거래 재개에 나섰다는 시선도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생각보다 여파가 크고 장기화되고 있어, 양측이 적극적으로 수조원대 거래에 나서기에는 부담될 수 있다. CJ 입장에서도 지금 MBK 측과 거래에 나서기에는 타이밍이 부담될 수 있다.
다만, 해당 거래가 사실상 국내에서는 MBK 외에는 관심을 보이기 어려운 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CJ 측도 일단 사태가 '한 텀' 지나길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 SI(전략적투자자) 등에 매각하는 안도 거론됐지만, 직원 반발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CJ의 그린바이오 부문 사업은 해외 사업이나 자산도 많아서 PEF 중에 이를 관리하고 추후 매각까지 나설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선 MBK 정도"라며 "CJ측도 지금 MBK랑 엮이는 것이 부담은 되겠지만, 가격 협상이 가능한 곳은 MBK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기기 업체 HPSP도 본입찰 일정이 미뤄지는 등 매각 진행이 더딘 상태다. HPSP는 앞서 스카이레이크PE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몸값 시각차로 검토를 중단했다. 지난달 말 매각주관사인 UBS는 HPSP 인수 적격 예비 후보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블랙스톤을 선정한 바 있다. 이 중 인수자 후보로는 MBK파트너스가 꼽혔는데, MBK파트너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 '유력' 후보가 없다는 평이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경영권 지분 40.8%로, 매각 측이 기대하는 가격은 약 2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HPSP의 시가총액이 2조4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된 수치다.
일부 거래를 검토했던 원매자들은 매각자 측이 눈높이를 낮추면 다시 검토할 의지도 있는 분위기지만, 상장사로 주가 수준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나온 '대어'들은 시장과 매각자의 몸값 시각차가 너무 커서, 이를 맞춰줄 원매자들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MBK와 거래 협상이 진행되던 딜들도 MBK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잠정 중단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