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수수료 수준까지 떨어진 유상증자 수수료..."그래도 빅딜 유치가 우선"
입력 2025.04.03 07:00
    유상증자 수수료율, 채권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평가
    삼성SDI의 인색한 수수료율...각 증권사 수익 12억원
    "수익성보다 빅딜 참여가 중요"... 삼성SDI 유증 경쟁 치열
    한화에어로, 낮은 수수료율에도 절대적인 수익 확보 평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상증자 인수수수료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유상증자 수수료율이 각각 모집총액의 25bp(1bp=0.01%), 30bp 수준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수료율이 30bp 이하로 내려간 것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이처럼 낮아진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두 건 모두 대형 딜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 사이의 리그테이블 경쟁은 치열하다. 사실상 올해 ECM 리그테이블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유상증자가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증자에 모두 주관사로 참여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상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2조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삼성SDI의 유상증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비해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SDI는 NH, 한국, KB, 미래, 신한투자증권 총 5곳의 주관사를 선정해, 각 증권사가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는 12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SDI 유상증자에는 증권사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딜'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수수료보다 레퍼런스를 쌓기 위한 경쟁이 우선됐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주관사 선정에서 지정 방식보다는 공개 경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증권사들 사이에서 출혈 경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는 "주식발행(ECM)은 채권발행(DCM)보다 난도가 높다. 증자는 주관사가 총액인수를 하지만, 채권 발해은 셀다운을 하는 것 아니냐"라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부차적인 장점을 빼고 봤을 때, 30bp는 절대적으로 낮다"라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수료율은 낮지만, 절대적인 액수는 크다는 분석이 많다. 모집총액의 25bp라는 낮은 수수료율로 유상증자를 진행하지만, 규모가 워낙 커서 절대적인 수수료는 상당하다. NH투자증권은 약 54억원, 한국투자증권은 약 36억원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대적으로 딜 난도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권주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가 유상증자에 100% 참여하기로 선언하면서, 투자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주주가 확실하게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주관사들에게도 부담을 덜어준 요소로 작용했다.

      딜 난이도는 수수료율과 직결된다는 평가다. 딜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CJ CGV는 기본 수수료율을 70bp로 설정하고, 대표주관사에게 추가로 20bp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90bp 수준의 수수료를 제공했다. 

      CJ CGV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 산업이 직격타를 맞으며 대규모 영업적자가 누적됐고, 부채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영화 산업 회복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주관사 입장에서는 실권주 발생 위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유상증자 인수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경향은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2021년 3월 한화솔루션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수수료율을 40bp로 책정했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국내 공모 유상증자의 평균 수수료는 1% 내외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2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수수료율을 30bp로 책정했다. 수수료율 자체는 낮았지만, 거래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수료 총액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대표 주관사에게는 기본 수수료율 외에도 5bp를 추가로 얹어줘, 총 수수료로만 10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수수료율은 낮았지만, 거래 규모의 영향으로 인해 수수료 총액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딜 난이도는 수수료랑 비례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며 "유상증자 수수료가 회사채 수수료 수준이라면, 유증 난이도가 회사채 난이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증권사들이 이젠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