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까지 2조 유증했지만 회사는 마땅한 조달 수단 없어
모회사 지분율 60%인 포스코퓨처엠 , 증자는 결국 그룹 의지
포스코 모호한 태도가 전략적 실기로…LG그룹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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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던 삼성SDI마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자 투자업계의 시선은 포스코퓨처엠을 향하고 있다. 직접 유상증자 계획을 언급한지도 수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주가는 3분의 1토막으로 빠졌고, 부정적 업황을 감안하면 다른 선택지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그룹의 전략적 실기(失期)가 포스코퓨처엠의 조달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전일보다 2.38% 하락한 13만5200원에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 2년여 전 최고점(59만8000원) 대비로는 4분의 1 이하로 꾸준히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해 2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반등 시점을 점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업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적자는 길어지는데 그동안 벌어들인 돈 이상의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올해 포스코퓨처엠의 설비투자(CAPEX) 계획은 약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이 각각 -1조8000억원,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올 들어 2차전지 산업의 상환능력 평가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고, 기관들 역시 2차전지 기업들의 3년물 이상 회사채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3년 후 회사가 어떤 형편에 처해 있을지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유상증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2차전지 업계에 유상증자 외엔 마땅한 조달 수단이 남지 않았다는 시각도 늘고 있다. 최근 삼성SDI까지 2조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이런 인식에 쐐기를 박았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는 시클리컬 산업도 아닌데, 업계 전체가 30~50% 수준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고 전부가 당기순손실 구간이다. 지금 차입 규모를 더 늘리면 부채를 줄이기는커녕 계속해서 이자만 물게 될 것"이라며 "가장 신중하고 보수적이던 삼성SDI까지 유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이상 이자 부담을 늘려선 평생 저마진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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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와서 유상증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5년 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수준을 향할 정도로 주가 하락폭이 큰 데다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통상 대기업 계열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선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될수록, 최대주주 지분율 너무 높지 않을수록 그룹의 지원 부담이 줄어든다. 주가가 낮으면 신주 발행물량이 늘어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되고 지배력이 너무 높으면 전체 조달 규모에서 모회사 부담액이 커지는 탓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년 주가가 반의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배력은 59.7%를 기록하고 있다. 1조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포스코홀딩스 몫은 6000억원에 달하는데, 찍어내야 할 신주 물량은 약 네 배로 늘어난 셈이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삼성SDI도 처음 유증을 검토한 작년 하반기였다면 더 좋은 조건을 취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지분 20%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4000억원가량 지원을 허락하며 적기 조달이 이뤄졌다"라며 "지금 포스코퓨처엠이 똑같은 방식을 취하면 모회사에 1조2000억원을 요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퓨처엠도 갈수록 고심이 큰 상황으로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모회사에 부담을 주는 유상증자 대신 외부 투자자에 메자닌을 발행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2차전지 기업들이 표면이자 0%, 만기누적(YTM) 2% 수준 금리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그동안 산업에 대한 투심이 크게 위축됐다. 차입, 대출에 준하는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고선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 푼이라도 이자비용을 줄여야 하는 때에 오히려 부담만 키우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리더십 교체 이후 모호해진 그룹의 2차전지 사업 방향성이 전략적 실기로 이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LG그룹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의 맏형 격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작년부터 적자에 돌입해 올해 예정된 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후방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모회사 LG화학도 최근 신용등급이 떨어지며 기관투자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26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적으로 2차전지 사업 중요성을 설파하고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자 이 같은 우려가 일시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엔 20억달러(원화 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포스코그룹과는 상반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은 2년 전 포스코퓨처엠이 투자자 설명회(IR)에서 직접 거론한 사안인데,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뒤 지지부진하다가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포스코퓨처엠 내부에서도 포스코홀딩스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을 꽤 답답해했고, 일부 FI에 메자닌을 발행하는 방안까지 구상이 됐지만 결국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포스코그룹이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시장의 답답증도 크다"라고 전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게자는 "지난해 말에도 포스코퓨처엠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며 자금 수혈을 진행했고 추가적인 자금 지원책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