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계 LP 위주…국내 LP는 '냉랭'
첫 투자처 고려아연, 이미 손실 구간
평균 매입가 93만원…현 주가는 7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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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다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회생 신청 등의 악재가 목표 모집액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의 6호 펀드 조성이 오는 6월에 최종 클로징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에 당초 목표설정액 70억달러(10조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0억달러(7조원)를 모았고, 올 6월까지 20억달러(3조원) 가량을 모아야 한다. 클로징 시점이 임박했지만, 일부 국내 LP들은 마지막까지 출자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중동계 위주로 해외 LP가 대거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국내 LP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조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려아연과 관련한 적대적 M&A 논란이 불거졌고, 주요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MBK의 오퍼레이팅 자질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국내 주요 LP들이 지난해 출자사업에서 사실상 MBK를 배제한 바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이번 펀드에 대한 출자를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경우 공적 성격의 자금을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논란이 있는 운용사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6호 펀드의 펀드레이징과 관련해선, 고려아연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국내 주요 제조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국부 유출과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의 6호 펀드에 약 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도 '적대적 M&A 투자 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원자력환경공단(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도 유사한 조건으로 출자를 결정했으며, 다른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이같은 조항 삽입을 요구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조항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대한 출자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하고 있다.
MBK는 6호 펀드 자금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고려아연 투자는 현재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변수다. MBK가 지난해 영풍과 연합하여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고, 이에 따라 매입 평균가도 상승한 까닭이다.
MBK의 평균 매입가는 자신들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던 시가총액 14조원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평균 매입가는 93만원 수준으로, 현재 74만원대인 주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MBK는 현재까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만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초 출자를 계획했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MBK 6호 펀드 출자 여부를 두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출자하자마자 고려아연 투자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해외 LP가 대부분인 만큼 펀드 조성은 마무리되겠지만, 국내 LP들 사이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렇다고 국내 최고 수준의 운용사인 MBK를 대신해 출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있긴 하지만, MBK의 운용 능력과 수익률은 그간의 투자 실적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특히 MBK는 ING생명(오렌지라이프) 매각, 코웨이와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투자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 성공 사례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조차 자금 모집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의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MBK가 당초 목표로 한 모집액을 하향 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영풍·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약 41%)이 최윤범 회장 측(30%)보다 높지만,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자회사를 활용해 영풍 지분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의결권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