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그룹 지원 속 자금 조달 이어가지만…“여전히 불안하다”
입력 2025.04.07 07:00
    조 단위 자금 조달한 배터리 3사…불황 속 투자 기조 유지
    올 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시장 기대치 충족은 아직 불투명
    등급 불안도 여전…AMPC 변수에 수익성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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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부진한 업황에도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배터리 산업의 반등 기미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터리 업체의 신용등급 불안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 2월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열린 ㈜LG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배터리 산업은 미래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LG엔솔을 위시한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SDI는 지난달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섰다. 스텔란티스·GM과의 북미 합작공장(JV) 건설과 헝가리 생산라인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부담을 덜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진행되는 만큼, 19.58%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2차전지 부문에 대한 투자 의지를 내비쳤단 평가가 나온다.

      SK온도 작년 말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SK온과 SK엔텀, 트레이팅인터내셔널의 합병까지 완료하며 3사 통합법인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3사 합병을 통해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배터리 산업이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 그룹 차원에서 미래 사업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배터리 산업의 업황 회복이 단기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비중이 높은 국내 배터리셀 3사의 특성상 미국 시장이 가장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캐즘 등으로 인해 둔화된 수요가 언제 회복되느냐가 핵심"이라면서 "IRA와 친환경 정책 등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해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업계가 상반기에 저점을 기록한 후, 하반기 차츰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이마저도 가시적인 턴어라운드 구간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유럽 판매가 양호했던 만큼, 2분기부터 실적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유럽의 액션 플랜 기준이 완화되는 등 변동 요인이 있어 회복 속도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실적 턴어라운드는 가능하더라도 시장 기대치에 미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수요가 구조적으로 회복되는 시점이 변곡점인데 성장률은 계속 둔화하고 있다"면서 "1분기 저점 이후 2분기에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업황이 반등했다고 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차전지 업계의 사업환경을 비우호적으로 전망하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신평사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변경 여부와 각 사별 재무부담 완화 방안 등을 중점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았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기평가 시기가 남아있고 개별 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조심스럽지만, 국내 2차전지 산업 내 주요 업체들의 신용도 하향 압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셀 3사의 실적은 미국 IRA 정책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여부에 크게 영향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2255억원을 기록한 LG엔솔의 경우, 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6028억원으로 늘어난다. 시장에서는 IRA의 일부 조항이 변경되거나 삭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어, AMPC 축소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신평사 한 연구원은 "AMPC는 현재 셀 3사에게 수익성 하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책이 변화할 경우 바로 실적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신평업계는 셀 3사의 투자 부담이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회사별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유휴 자산을 활용하는 등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재무부담 상승폭이 줄더라도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투자 규모가 이익창출력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