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하루에만 외국인 2조원 '매도러시'…코스피 상위 10종목 모두 하락세
'일일천하'였던 '정치리스크 해소' 호재…환율 치솟고 증시 폭락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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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며 국내 증시도 '패닉셀' 직격탄을 맞았다.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과 이로 인한 리세션(경기침체) 부담에 코스피는 5.6% 가까이 급락했고, 코스닥도 5.2% 하락하며 오전 한때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현·선물 시장에서 2조원 넘게 쏟아냈다. 탄핵 정국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 역시 이날에만 30원 넘게 폭등했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36.09포인트(-5.25%) 내린 651.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하락률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날 오전에는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빠지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 200 선물 지수가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올해 들어 처음이며 작년 8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시장의 폭락장을 이끈 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이다. 미국이 중국에 34%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관세로 응수했다. 미국산 전 품목에 34% 관세를 매기겠다고 맞섰고, 희토류 7종의 수출 제한 등도 단행했다. 여기에 더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호 관세와 관련해 "연기·유예는 없다"고 못 박으며 부과일 이전 관세를 타협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꺾었다.
트럼프發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출렁이자 국내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원, 코스닥에서 1800억원,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2조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는 최근 8거래일 누적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4조원(코스피 기준)을 넘어선 상태에서 터진 최대치다. 기관 역시 장 초반 순매도세였으나 증시안정을 위해 연기금이 약 4000억원의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일부 물량을 받쳤다. 개인은 코스피 1조6748억원, 코스닥 1671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일부 받았지만 증시의 폭락은 막지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매수를 두고 "밸류에이션상 코스피 PBR 0.8배가 붕괴된 상황에서 연기금과 일부 기관의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총 상위주 대부분 역시 줄줄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5.17% 하락한 5만3200원, SK하이닉스는 -9.55%로 낙폭이 가장 컸고, 현대차(-6.62%), 삼성바이오로직스(-5.71%), 셀트리온(-5.46%), 기아(-5.69%) 등도 5% 넘게 밀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는 이날에만 6만원이 내렸다. NAVER(-3.03%), LG에너지솔루션(-1.82%) 등 일부 종목만 낙폭을 어느정도 방어했다.
코스닥도 알테오젠(-7.58%), 휴젤(-7.98%), 클래시스(-8.07%) 등 주요 상위 종목이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관세전쟁 여파에 33.7원 급등한 1467.80원으로 마감, 147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직후 1430원까지 급락했던 환율이 단 3일 만에 완전히 되돌려진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투자심리를 진정시킬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글로벌 시장이 미국발 관세라는 '치킨게임' 상황에 놓인 만큼, 증시 변동성은 상당 기간 크고 불규칙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관세 충격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 출범까지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