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저점인가 했더니 美 25% 관세폭탄…반도체 제외여도 파급효과 계산 불가
입력 2025.04.08 07:00
    반도체 관세는 비껴갔는데…해외 공급망 전반에 관세폭탄
    메모리 반등 신호 오판이었나…파급효과 두고 설왕설래 多
    中 54% 관세發 리스크도 고민…수출 감소·덤핑 확산 부담
    TSMC-인텔 합작설까지…당분간 시장 혼란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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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도체가 미국의 새 관세 정책에서 제외됐지만 삼성전자가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분위기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50개국에 일시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사업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기 반사이익보단 중장기 간접 타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들어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소폭 올려 잡기 시작했다. 1분기 메모리 반도체의 전방 수요가 기대보다 견조했던 덕에 업황 하락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늘었다. 실제로 중국 수요를 바탕으로 D램 현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에 이어 삼성전자가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 내다보는 국내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분기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두고 2일(현지시간) 미국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에 균열이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향해 세운 관세 장벽이 50%에 이른다는 추정을 기반으로 25%의 상호관세를 예고했다. 반도체는 관세 부과 품목에서 빠졌지만 반도체를 탑재하는 IT기기 등 세트 제품은 미국 땅을 건너는 순간 25%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에는 46%의 관세가 제시됐다. 삼성전자 사업장 전반이 직간접적인 타격권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5%의 상호관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질러 제시한 상한선일 뿐 확정 세율이 아니다. 오는 9일을 전후해 한국 정부도 미국과 개별 협상 테이블을 차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기 시절처럼 관세를 제로로 낮추는 수준의 소득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 단위에서도 사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대응이 쉽지 않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3월까지의 시황 데이터가 상호관세 발표 이전 사재기 수요에 불과했다면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가 희박해진다"라며 "이번 관세 발표로 반도체 응용처 전반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계산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물론 기업체 전반이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기지는 중국(낸드), 태국(가전), 베트남(스마트폰·가전) 등 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돼 있다. 미국은 각 나라에 34%, 37%,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은 삼성전자 통합세트 사업부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주력 제품인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캡티브 수요처이기도 하다.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의 미국 수출이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면 도미노식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베트남 내 4개 공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생산기지가 삼성전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추가 제시하며 최종적으로 54%의 관세를 물게 한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수출이 줄거나, 수출 대신 내수·비(非)미국 지역에 제품을 풀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거나 세트 사업의 가격 하락 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MX 부문의 눈높이만 낮출게 아니라 DX 부문 전체와 함께 범용 메모리 반도체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다른 국가나 기업체들이 이번 관세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어서 나빠질 것이란 점을 빼면 현시점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관세 밖 영역에서도 변수는 늘어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선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인텔이 대만 TSMC와 합작회사 설립에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텔이 TSMC의 지원을 받게 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생산) 영업에 지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고 현지에 선단공정 파운드리 팹(Fab)을 짓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출장길에 오른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태도를 고려하면 괜한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발표된 관세 정책으로 완성차 시장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 업체와의 전장 협력 논의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관세 정책이 정교하지 못하고 졸속으로 치러졌다는 반응이 많은데, 애초에 자국 유권자를 겨냥한 '강짜 외교'에 가까워서 이러다 말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라며 "지금은 괜한 본보기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숨죽여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책에 크게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