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투자 전략에 '사회적 공헌' 질문도
"홈플러스 사태 있지만, 긍정적 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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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홈플러스 사태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눈총을 보내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기본적인 투자 전략뿐 아니라 '사회적 공헌' 등 전방위적인 자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PEF들은 증빙 자료를 취합하기 위해 분주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회의 자료 조사 요청에 따라 PEF협의회를 통해 국내 주요 PEF들에게 운영 상황에 대한 질문지를 전달했다. 포트폴리오사의 부채 비율은 물론, 투자 배경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요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눈에 띄는 점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자료 요청을 받은 PEF들은 과거 수상 내역까지 샅샅이 살펴 증빙 자료를 모으는 분위기다. 포트폴리오사들이 과거 정부로부터 받은 우수기업 표창, 고용 우수 기업 수상 내역 등 PEF의 투자 활동이나 투자사가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역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자료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자료들을 모았다"며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포트폴리오사들이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F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급격히 나빠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PEF 30개사에 내부통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포트폴리오 담당 운용역, 내부 조직도 등 기본적인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PEF에 대한 내부통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였다.
홈플러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감독원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검사권은 물론 불공정거래 조사권까지 발동했다. 계좌추적권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홈플러스 사태를 넘어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각종 의혹까지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달 들어선 MBK파트너스 산하 투자자문사인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스(MBKP SS)에 대해서도 조사가 시작됐다. 이번 검사에 따라 MBKP SS가 신청한 투자자문업 폐지 승인 심사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MBKP SS는 지난달 국내 투자자문업 면허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에 폐지를 신청했다. 이에 MBKP SS가 금감원 검사를 피하기 위해 면허를 반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MBK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다른 PEF들은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고, 차기 정권의 기조에 따라 PEF에 대한 압박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PEF 조사를 촉구했고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이상 당분간 PEF에 대한 압박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BK파트너스의 LP(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 자본이라는 점에서, MBK가 고려아연 등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기업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시선의 연장선에서, 국내 PEF들의 해외 LP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의견은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 온 '글로벌 투자 유치' 정책 방향과는 상충된다는 지적이 많다.
PEF가 기업 인수를 위해 무리한 차입을 일으키고,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해 단기 수익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홈플러스도 MBK파트너스가 2015년 무리한 차입으로 인수했다가 빚을 못 갚자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PEF가 기업 경영에서 합리적인 판단과 구조조정을 통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PEF가 '인력 효율화'에 집중한다는 시각 때문에 오히려 고용 문제를 더 신중하게 다룬다는 평가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9년 무기계약직 14,283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실제 최근 3개년(2021년~2023년)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직원 수 변동을 살펴보면, 홈플러스의 직원 감소 폭이 가장 작았다.
통상 대기업의 카브아웃 거래는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 투자자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익화를 이끌 수 있는 주체는 PEF뿐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업무 환경 측면에서도 소위 '재벌 기업', 즉 오너가 있는 기업이 유지해 온 ‘불합리한’ 관행들을 PEF가 인수 이후 제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경우, PEF가 인수 후 내부 시스템 현대화 등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또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좋든 나쁘든 어떤 경우라도 시장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들 숨죽이고 있다"며 "이전에도 PEF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